오바마 “변화는 조직된 풀뿌리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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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던진 화두는 ‘변화(Change)’다. 그는 대선 유세 내내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 we can believe in)’를 역설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워싱턴의 정치를 뒤엎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오바마는 새 정부가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중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밝혔듯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민주주의의 요체라고 본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부인 미셸(右)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와 환담하고 있다. 로라는 미셸에게 33개에 달하는 방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안내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1983년 시카고의 지역사회 운동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동기를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그의 앞잡이들이 더러운 짓을 벌이는 백악관에 변화가 필요하고,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고 부패한 의회에 변화가 필요하며, 미친 듯이 한쪽으로만 치우친 나라 안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된 풀뿌리에서만 나온다.”

그러나 오바마가 직면한 도전은 엄청나다. 그는 4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에 변화가 찾아왔다”면서도 “대공황 이후의 최악의 경제위기와 두 개의 전쟁, 위기에 처한 지구 등 미국이 직면한 도전이 만만치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 도전을 헤쳐나가기 위해 자원봉사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기 부양 등으로 내년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힘만으로 개혁을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와 민간 자원봉사 조직이 공조해야 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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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대선 기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원봉사 선거운동 조직을 만들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나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조직보다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섰다. 오바마의 조직은 매케인 진영이 오바마에게 퍼부은 각종 비난과 흑색선전을 무력화시켜 오바마의 당선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시카고 지역사회 활동과 대선 선거운동 조직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교실봉사단과 건강봉사단·청정에너지봉사단·전역장병 봉사단 등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교실봉사단은 빈민 지역 학교에 실력 있는 교사를 파견해 뒤떨어진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다. 건강봉사단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돌보기 위한 것이다. 모두 오바마의 지지 기반인 서민층을 보듬기 위해서다.

오바마 이전에도 국가 차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61년 설립한 평화봉사단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93년 설립한 미국봉사단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출신인 이들은 한결같이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힘겨운 선거를 거쳐 당선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단체는 젊은이들을 자원봉사자로 뽑아 미국과 전 세계에서 활동하게 해 미국의 차세대 지도자 양성소 역할을 했다. 오바마는 자신을 적극 지지했던 젊은 층을 전위대로 삼아 개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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