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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중증 자폐아 말문 연 ‘엄마의 간절한 다그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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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엄마가 지켜줄게
포셔 아이버슨 글, 이원경 옮김
김영사, 440쪽, 1만 1000원

자폐아 티토가 손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흐트러진 감각을 추스르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감각을 추스른’ 티토는 키보드와 연필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짧은 단어 한 개를 이해하는데도 며칠이 걸렸던 그는 마침내 시를 짓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티토의 IQ는 185. 자폐아라는 이유로 묻힐 뻔한 티토의 능력은 엄마 소마의 꾸준한 관심과 교육으로 발현될 수 있었다.

소마는 자폐아를 위한 시설이 거의 전무한 인도 방갈로레 지역에서 헬렌 켈러를 연상케 하는 교육법으로 티토의 숨겨진 지능을 활성화시켰다. 방법은 크게 새롭지 않다. “이것이 공이다. b-a-l-l. 이것이 무엇이라고 했지?”라는 식의 반복학습과 흐트러진 관심을 모으는 ‘어서!’라는 다그침이 전부다. 단순해 보이는 이 방법으로 소마는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불가능이라 여겼던 중증 자폐아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이 내용을 보았을 때 방송작가 겸 미술감독 포셔 아이버슨은 눈이 번쩍 뜨였다. 역시 자폐증을 앓고 있던 아들 도브 때문이었다. 아들을 치료하겠다는 일념 하에 각종 의학서적을 뒤지고, 미국 내 여러 전문가를 찾아갔지만 절망적인 대답만 들었던 그녀다. 아예 직접 자폐증 연구 재단 ‘이제 자폐증을 치료하자(Cure Autism Now, CAN)’를 세운 그녀는 티토 모자를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CAN은 티토에 대한 치료를 꾸준히 지원해 자폐증 연구를 위한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자폐아 유전자 은행을 설립하고 매년 자폐아 연구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특수학교 교사가 된 소마의 도움으로 아홉 살까지 말 한마디 못했던 도브는 짧은 단어로 표현을 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티토와 도브는 소마의 다그침이 없으면 스스로 사고(思考)를 시작하기 힘들다. 때때로 치솟는 식탐과 같은 본능을 억제할 수도 없다. 티토와 도브에게 있어 ‘자기 제어’는 당장은 실현하기에 불가능해 보인다. 신문·방송으로 CAN의 이야기가 나간 뒤 하루에 수천 통씩 밀려드는 도움 요청은 상대할 엄두도 못 낸다. 소마와 포셔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의사도 포기하고 과학자도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엄마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아이이기에.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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