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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업 경험 살려 호텔 체인사업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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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성 한국인 첫 호텔 오너 #부친의 ‘아라비아 가구왕’ 명성 살려 서비스업에서 승승장구

뉴스위크 세계 최정상급 호텔들이 즐비한 두바이에 한국인 소유의 호텔도 건설 중이다. 차진성(49)씨가 짓는 ‘아시아나 호텔’은 두바이의 옛 시가지에 해당하는 데이라 지구에 있다. 연면적이 2만2000㎡에 달하는 ‘ㄱ’자형 호텔 부지엔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2층, 지상 11층 규모로 122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로 내년 9월 개장할 예정이다.

건설 자재가 어지럽게 널린 공사 현장을 누비고 다니던 차씨가 “내가 직접 1차 설계를 했기 때문에 호텔의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관광청(DTCM)이 요구하는 자격 요건도 다 갖추었다”고 그가 말했다. 차씨는 이 호텔 안에 들어설 식음료 부대업장에 심혈을 쏟고 있다. 180석 규모의 한식당과 광둥식 중식당, 일식당 말고도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해산물 레스토랑인 ‘씨월드’ 분점과 함께 600석 규모의 필리핀 라이브 클럽, 사우나 시설도 준비 중이다.

특히 한식당은 각별히 신경을 더 써서 한국 기업인들이 외국 고객을 접대할 만한 고급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이슬람 국가인 UAE에서는 호텔 업장에서만 주류가 허용된다). “벽에는 훈민정음을 프린트한 벽지를 바르고 식당 한가운데에 한국에서 공수해온 1500만원 상당의 노송을 심을 생각이다.

한켠에는 꼬치구이나 간단한 생선회를 먹을 수 있도록 바를 만들고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좌식 별실도 일곱 개 마련할 예정이다.” 차씨의 눈에는 투박한 철근 구조물 위로 한식당의 전경이 선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차씨의 본업은 호텔이나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였다. 그의 부친은 ‘아랍의 가구왕’으로 불릴 만큼 이곳 한인사회에서 잘 알려진 차정헌 아즈만 코리아 회장이다(아즈만 코리아는 UAE 토후국 왕의 저택이나 최고급 호텔,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전문으로 한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뉴욕의 보험회사에서 일했던 차씨는 1992년 부친의 갑작스러운 부름을 받고 허허벌판이던 두바이로 돌아왔다. 그는 “뉴욕의 직장과 친구들을 떠나오기 싫었는데 끌려오다시피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하지만 아즈만 코리아의 현장소장 일을 맡아 그랜드 하얏트, 메리어트 등 두바이의 고급 호텔 내장 공사를 지휘하면서 호텔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단순히 가구 납품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호텔을 짓고 거기에 우리 가구들을 들여놓으면 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호텔사업 구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워낙 투자액이 크고 사업 범위가 넓어 쉽게 덤빌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차씨는 식당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자금을 부친에게 빌려 한국인과 동업을 하기로 했다.

2001년 두바이를 관통하는 셰이크 자이드로드 변에 2980㎡(약 900평) 규모의 초대형 해산물 레스토랑인 ‘씨월드’를 열었다. “수족관 11개를 놓고 채용한 종업원만 100명이었는데 정말 무모한 사업이었다.” 식당에 파리가 날리자 얼마 안 가 동업자가 식당사업에서 손을 뗐고 차씨가 직접 영업전선에 나섰다.

“하루 매출이 150만원가량이었는데 매일 300만원의 적자가 났다. 매일 식당 문을 닫으면서 ‘오늘도 300만원 까먹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을 보냈다.” 결국 해산물 레스토랑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태국 식당, 한식당, 아랍 카페 등으로 식당을 분화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두바이를 찾기 시작했고 해산물 레스토랑까지 덩달아 현지 아랍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 매출이 2000만원은 된다.”

차씨의 새로운 사업모델인 아시아나 호텔도 최근 들어서 애를 먹인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 반 동안 두바이 건설 붐으로 자재 값이 급상승하면서 원래 2000만 달러로 예상했던 공사비가 3500만 달러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리업체가 지금 똑같은 호텔을 지으려면 5000만 달러가 소요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한국인들의 두바이 방문이 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새 두바이 열풍 덕분에 한국인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2~3년 전만 해도 500~600명에 불과했던 한국인 체류자 수가 요즘엔 장기 출장자를 포함해 6000명을 넘을 정도다.” 덕분에 그가 얼마 전 데이라 지구에 문을 연 서비스 레지던스(콘도형 호텔) ‘아시아나 스위트’는 개장 전부터 80%가 넘는 예약률을 기록했다.

“아시아나 호텔을 시작으로 한국적인 멋을 기반으로 한 호텔 체인을 만들고 싶다.” 차씨는 현지인 동업자와 2010년께 아부다비에 새로운 호텔을 착공하고 동남아 지역으로 호텔 체인을 늘려갈 구상이다. “물론 이번엔 하나하나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8년 전 겁 없이 두바이 한복판에 대형 식당을 열었던 젊은 사업가에게도 이젠 노련미가 엿보였다.

박성현·류지원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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