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서민경제 법정으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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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50대 중반으로 개인 병원을 운영했던 김모씨. 그는 2년 전 은행 등에서 5억여원을 빌려 병원을 열었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가 악화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을 줄였다. 친척 등에게 돈을 빌려 운영난을 피해 보려 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은행 이자조차 갚을 수 없게 됐다. 빚 독촉에 시달렸다. 김씨는 일정 금액을 갚는 조건으로 나머지 빚을 청산하는 회생 신청을 법원에 냈다.

#2. W사는 한때 삼성전자 등에 ‘후광발원체’라는 제품을 납품하는 건실한 중소업체였다. 지난해부터 자금난이 계속됐지만 독자 생존을 모색했다. 법원에 법인 ‘회생(옛 법정관리)’을 신청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올 들어 도산 위기에 놓이자 뒤늦게 법원에 도움을 청했지만 허사였다. 이미 회사 재정은 바닥났고, 영업망이 붕괴돼 기업의 가치 산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W사를 파산 처리했다.


경제난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개인과 기업체들이 법정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파산을 신청하는 개인의 숫자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8만9049건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350건과 비교할 때 25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개인파산 신청이 지난해의 15만4000여 건을 휠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회생도 제도 시행 첫해인 2004년의 9000여 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3만4453건이 접수됐다.

소송가액이 2000만원 이하인 민사소액 사건을 신청하는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각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97년 41만여 건을 기록한 뒤 매년 10만 건 정도씩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72만1843건이 접수됐다. 연말까지는 100만 건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전 관계를 둘러싼 분쟁도 증가해 7만7000여 건의 형사재판이 법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고액 채무자(부채 5억원, 담보채무 10억원 이상)들의 회생 신청도 급증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신청 사건은 10월 말까지 57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건과 비교할 때 9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직업별로는 의사와 한의사가 과반수인 32명을 차지했고 자영업자가 16명이었다.

또 올 9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회생 신청 사건은 모두 187건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외환위기 때인 98년의 148건에 비해 2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법인회생 신청 사건은 98년을 정점으로 매년 급감해 ▶99년 37건 ▶2002년 28건 ▶2005년 22건에 불과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9월 시작된 점을 고려할 때 올 연말까지 도산 관련 신청 사건은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재현·박성우 기자

◆개인회생·파산=빚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 가운데 소득이 있으면 일정 금액을 변제한 뒤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개인회생제도라고 한다. 개인파산제도는 수입원이 없는 경우 아예 채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신용카드 개설 등에 제약이 따른다.

◆법인회생·파산=법인회생은 2006년 통합도산법 도입 이전에는 회사정리라고 불렀다.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재무 구조를 개선한 뒤 인수합병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법인파산은 이른바 ‘빚잔치’라고 불리는 것으로 기업의 실체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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