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강력한 진보 정책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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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右)이 6일 보좌관과 함께 시카고의 지역구 사무실을 나와 길을 걷던 중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하원의장을 꿈꾸던 그는 오바마 정부에 합류하면서 하원의원직을 내놓게 됐다. [시카고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인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매뉴얼의 발탁 배경이나 능력 유무를 넘어 오바마의 향후 국정 운영 틀과 깊이 연결돼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매뉴얼은 오바마와 같은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이다. 미국 의회에서 ‘람보(그의 이름 Rahm에서 비롯됨)’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성의 정치적 인파이터로 정평 나 있다. 민주당 내 하원 서열 4위여서 하원 의장직에 오르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권유로 6년간의 하원의원 생활을 접게 됐다. 빌 클린턴 정부 때는 백악관에서 일했고,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그래서 경력상으론 의회와 행정부, 민간 영역 모두에 정통해야 하는 비서실장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오바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이매뉴얼보다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은 “이매뉴얼은 오랜 기간 오바마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지금 같은 대통령 교체기에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매클라티도 “에너지가 넘치고 강인한 정신의 실용주의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선 오바마가 유대계 미국인인 이매뉴얼을 중용한 것은 친(親)이스라엘 중동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팔레스타인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대선 과정에서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인사들은 이매뉴얼의 강한 당파성을 들어 오바마가 초당적 국가 운영 대신 집권 초반부터 진보적 정책을 강력하게 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선거 전략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백악관 선임 고문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들에겐 오바마가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매뉴얼은 6일(현지시간) 이런 논란을 의식해 “과거 공화당과 여러 차례 의견이 달랐지만 나는 그들의 동기를 존경한다”며 “지금은 단합해야 할 시기이며, 모든 미국인이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는 클린턴 정부 3기?=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1993~2000년) 내각과 백악관에서 일했던 인물들이 대거 오바마 내각과 백악관 참모로 거론되고 있다.

클린턴의 비서실장 출신인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은 인수팀장으로 내정됐고,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내각의 핵심 포스트인 재무장관에 재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물망에 올라 있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도 클린턴 측근 인사들이다. 그래서 오바마가 자신의 당선에 공을 세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을 의식해 사실상의 권력 분점을 허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오바마 측근들 사이에선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선 경험 있는 인력풀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오바마는 ‘변화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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