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출연료 떼면 남는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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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 드라마의 문제는 만성적자 구조가 굳어졌다는 데 있다. 원래 책정된 제작비보다 많이 쓰는데, 이를 회수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제작비 초과의 주범은 지나치게 높은 배우 출연료와 작가 집필료다.

지난 달 KBS가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를 보면 올해 KBS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드라마는 총 제작비 74억8800만원을 쓴 ‘엄마가 뿔났다’다. 회당으로 따지면 1억5600만원이 든 셈인데, 이는 KBS 드라마 평균 회당 제작비(8750만원)의 두 배 가량이다. 제작비의 대부분이 특급 작가(김수현)와 A급 배우(이순재·강부자·김혜자·백일섭·신은경)들에게 지불됐기 때문이다.

‘엄뿔’만 그런 게 아니다. 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받아도 ‘차’(배우 출연료) 떼고 ‘포’(작가 집필료) 떼면 남는 게 없다”고 푸념한다.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1억5000만원 선. 주연 배우 몇 명과 작가에게 돈을 주고 나면 남는 제작비가 별로 없는 것이다. 드문 경우지만 일부 특급 배우의 경우 5000만∼1억원을 받아가기도 한다. 배우 박신양은 올해 SBS ‘쩐의 전쟁’ 미지급 출연료 소송을 제작사에 제기하는 과정에서, 연장 방영 4회에 6억8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연장방영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했지만, 회당 1억7000만원을 받고 출연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원래 제작비의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건 비일비재하다. 손실을 메우려면 드라마 속에 간접광고를 하는 식으로 기업협찬을 받거나(PPL), 해외판매가 돼야 한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기업협찬 액수도 호시절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해외수출의 경우 판매금액이 입금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나마 수출도 부진하면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늦게 주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너도 나도 고액 출연료=한 방송사 관계자는 “미니시리즈 한두 번 히트하면 작가가 회당 2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조연배우들 몸값도 올라 중견급이 회당 1000만원에 육박한다.

일부 한류 스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비싼 몸값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MBC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은 드라마 방영 전 일본으로부터 순전히 이름값 하나로 수십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SBS ‘온에어’의 박용하는 일본 팬클럽 규모가 2만5000여 명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런 배우들은 해외수출이나 방영 후 DVD 판매 등으로 드라마 수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A는 얼마 받고 B는 얼마 받으니 나도 그만큼 달라”라고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이 굳어진 데는 사실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신생 제작사의 경우 부족한 기획력을 배우와 작가의 이름값으로 대신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방송사는 스타가 없으면 위험부담이 크다며 방송 편성을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신인 작가와 배우 발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제 드라마 위기상황을 맞아 배우와 작가에 드는 비용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데는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동의하고 있다. 정성효 KBS 드라마2팀 선임 프로듀서는 “무턱대고 이름만 보고 배우와 작가를 쓰기보다는 괜찮은 신인을 발굴하는 데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외주사 간 저작권 공방=만성적자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방송사와 외주사 간 넘어야 할 산 중의 하나가 저작권 문제다. 드라마 방영 후 저작권을 방송사가 갖는 관행에 대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외 수출이 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한해 3년간 판매 이익의 40% 가량이 제작사 몫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방송사가 수익을 전부 가져간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불공정행위로 신고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었다.

방송사들은 “기획·제작·투자를 방송사와 공동으로 하고, 방송에 대한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방송사가 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저작권은 생존권 문제”라고 반박한다. 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사무총장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드라마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불가능하다. 저작권의 필수 요소인 기획·극본·연출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김종학프로덕션의 ‘이산’같은 드라마조차 저작권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제작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선민·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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