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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자 - 현 소유주 서로 “내 돈”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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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계약서에 ‘매수인이 학교용지를 부담한다’고 되어 있잖아요. 이게 바로 매수자인 내가 부담했다는 증거 아닙니까.”

“설마 하고 달려왔는데 이미 최초 분양자가 환급 신청을 해놨어요. 연락하니 반반씩 나누지 않으면 동의서(학교용지 부담금 양도증서)를 써줄 수 없다고 배짱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6일 오후 울산 중구청 건축허가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신청을 하러 온 사람들의 하소연과 고함소리,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붙잡고 씨름하는 공무원들로 북새통이었다.

전국에서 3일 시작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금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제주·경북을 제외하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개 시·도의 기초자치단체 건축 담당 부서에는 환급금 신청서 접수창구마다 하루 100~200명씩 몰려들어 아파트 최초 분양자와 현 소유주가 서로 “돈 임자”라며 마찰을 빚고 있다.

환급 대상은 2001년 9월부터 2005년 3월 사이 분양된 300세대 이상 아파트 24만9928세대로 세대당 평균 184만원에 총 4611억여원에 이른다. 납부한 지 3~6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생각지도 않은 목돈인 데다, 전매를 거치면서 학교용지부담금을 누가 부담했는지 증거조차 희미해져버린 시점이다.

◆까다로운 신청 절차=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은 “실제로 부담금을 부담한 사람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에 남은 기록은 최초 분양자 명의로 납부됐다는 사실뿐이다. 실제로 누가 부담했는지 가려낼 근거가 못 되고 있다. 현 소유주가 환급금 신청을 하려면 ‘학교용지부담금을 매수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명기된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최초 분양자로부터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와야 신청을 받아주고 있다.

최초 분양자 또는 그 상속인은 상속 사실 증명 서류와 신분증·본인 도장만 있으면 간단히 받아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소유자가 아닌 경우 다른 사람이 이의를 제기할지가 확인될 때까지 처리가 보류된다.

◆갖가지 사연 쏟아져=지자체들에 따르면 최초 분양자가 현재 소유자여서 연말까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매자가 최초 분양자에게서 고지서를 넘겨받아 납부한 경우 ▶최초 분양자가 우선 납부하고 전매자에게 받은 경우 ▶몇 단계 건너면서 현 소유주가 영수증만 갖고 있는 경우 등 갖가지 사연 때문에 일선에서 혼선이 생기고 있다.

전주시 효자동 더샵아파트의 이모(49)씨는 “3년 전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분양권을 매입했는데 휴대전화 번호도 바뀌고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매도자(최초 계약자)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양모(50)씨는 “집 살 때 프리미엄과 별도로 부담금 212만원을 주고 학교용지부담금 납부 영수증을 넘겨받았다”며 “그런데도 구청에 찾아가 보니 이미 최초 분양자가 환급 신청을 해버려 이의신청만 해놓고 돌아섰다”고 말했다. 대구의 진모(36)씨는 “집 살 때 프리미엄을 얹어준 건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했다는 의미 아니냐” 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 이윤우 주택관리팀장은 “부정하게 수령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6개월 이내에 환급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의신청이 들어오는 세대의 경우 시·군·구별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법원 재판을 거치며 돈 임자를 가린다. 재판에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국고에 환수된다. 향후 5년간 신청자가 없어도 국고에 환수된다.

이기원·성시윤 기자


◆학교용지부담금=정부가 공공주택 개발 때 학교용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거둬들인 돈. 2001년 9월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 분양 시 기초자치단체가 분양 당첨자로부터 분양금의 0.8%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3월 헌법재판소가 ‘무상 의무교육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징수가 중단됐다. 지난달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환급 신청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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