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습지·환경 가치 되새긴 람사르 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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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남 창원에서 8일 동안 열린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어제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인 140개국 2200여 명의 정부·NGO 대표가 모여 습지 보존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인류의 지혜를 모았다. 이번 총회로 한국은 경제개발뿐 아니라 환경보존을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제고해 국가의 격을 높였다. 습지와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이 초안을 작성한 ‘창원선언문’ 채택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에 습지 관리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습지의 역할과 가치를 신중히 고려해 토지 이용 변경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선언문은 참가국들로부터 람사르 협약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이 주도한 ‘논 습지 결의안’도 눈길을 끈다. 환경 정화, 지하수 저장, 토양 보존 등 논의 역할과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각국의 농업정책이 비료와 농약 사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람사르 총회의 성과를 향후 습지·환경 보존 정책에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환경 강국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센 습지 정책에 대한 개선·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올 7월 조선소 부지 마련 등을 위해 지자체가 요청한 23건의 연안습지 매립 계획을 승인했다. 이런 식의 무차별 습지 매립은 안 된다. 경제 개발을 위해 환경을 희생하는 것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다.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협약 등록 습지를 늘려나가야 한다. 습지 총량제 같은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환경과 개발의 적절한 조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되새겨야 한다. 환경을 살리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녹색성장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성장만 추구하고 환경 문제에 소홀해서는 세계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