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불교문화재,사찰에 돌려줘야 하나-사찰서 보존마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불교계는 최근 서울 경복궁(景福宮)에 보관돼 있는 불교문화재가 유교를 이념으로 했던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에도 맞지 않고 불교인의 신앙대상인 탑과 부도등이 박물관 주변의 조경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반환을 요청했다.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들 문화재가 선조들이 창조해낸 문화유산이며,보존상태가 위험한 상황이어서 중앙박물관이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면서 보관관리하는 것이 영구보존을 위한 최상책이라며 반환요청을 거부했다.불교유적을 불교계에 돌려줘야 하는가 ,문화재로 박물관에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들어본다.
[편집자註] 최근 문화재관리국 주최로 일제하의 문화재정책을 평가하는 학술회의를 가진 적이 있다.이 회의에서 주목을 끌었던것은 식민지 아래에서의 우리나라 문화재가 일제에 의해 어떻게 수탈되고 유출되어 갔는가에 대해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그것은 문화재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된다는 당연론이 전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탈문화재를 비롯한 해외 유출 문화재는 반환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그 이유는 단순히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소유의식에서가 아니라 문화재는 제자리를 찾아야 제 몫을 충분히발휘해 낼 수 있다는 문화론적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가치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라 할 때 세계화를 지향하는 마당에 우리 문화재를 더욱 널리 해외에 홍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그러나 그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출 문화재가 재반입돼야 한다는 것은 문화재란 당해 문화재를 창조한 문화 주체에 의해 보존.관리돼야그 가치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석학 바이스 교수는 문화재의 의의에 대한 3대 요소중 하나로 전통이 뿌리내리는 땅,즉 국토를 들고 그 공간에 삶이 영위되고,시간이 응축된 유형.무형의 전통적 흔적들을 일컬어우리들은 문화재라 하며,그런 땅에서 그런 문화재 를 사용하며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즉 전통의 주체인 전통 담당자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전승하며 창조하고 폐기한다는 것이다. 문화재란 그렇게 만들어지고 버려지면서 민족문화를 형성한다.따라서 문화재란 민족문화의 총체적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민족문화 말살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던 경복궁 안 옛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면서 그 주변 정원에 자리하고 있는 불탑.사리탑등사찰 문화재 보존.관리 문제를 놓고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즉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계는 성보(聖寶)로서의 사찰문화재는 당연히 사찰측에 반환,보존돼야 한다는 주장이고,다른 한편에서는사찰문화재도 민족문화재이므로 반드시 사찰에서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박물관과 같은 공공기관이 보존하면서 보다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 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대립된 의견들은 얼핏 생각하면 모두 일리 있는 것처럼느껴지지만 좀더 깊이 살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그것은사찰문화재에 대한 민족문화로서의 인식차이가 후자(後者)와 같은의견을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찰문화재가 사찰에서 보존.관리돼야 한다는 주장은 민족 문화재임을 몰각(沒覺)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같은민족문화재라 할지라도 역사를 통해 부단히 창조적 발전을 계승하는 기능을 다해온 우리 문화재는 그를 창조하고 계승해온 구체적주체가 있게 마련이다.
오늘에 전하는 우리 문화재는 그 계승적 주체가 사라져가고 있으나 다행히 사찰은 사찰문화재가 살아 움직이는 문화의 현장이 되고 있다.문화재의 가치성은 단순히 양식이나 형식에 의한 물적가치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그를 있게 한 정신 ,혹은 그 삶의 방식까지도 아울러 인식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사찰문화재가 본래 있던 자리인 사찰에 반환돼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洪 潤 植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