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썩은 저수지 살리니 돈이 저절로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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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예당저수지. 이창하(48)씨를 포함한 주민 6명이 어선 두 척을 타고 수초(水草) 사이에 버려진 페트병·폐비닐·폐그물을 건져 올렸다. 한 시간 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무려 100여㎏. 이씨는 “저수지가 살아야 삶의 터전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예당저수지 환경을 보호하고, 돈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예당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낚시 시설을 빌려줘 생계를 잇는 47명의 자율공동체(어업계) 주민들이다.

◆삶의 터전 지키기=예당저수지는 7∼8년 전만 해도 농업용수 한계 허용기준인 5급수(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8PPM 이상) 에도 못 미치는 ‘죽은 물’이었다.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주민들은 민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 어족 자원은 갈수록 줄었다. 주민 조복형(53)씨는 “저수지 물에서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나 낚시꾼이 외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를 보다 못한 예당저수지 일대 주민들은 2004년 초 자율공동체를 만들어 관리에 나섰다. 예산군에서 저수지 어업허가를 받았으나 수질 오염으로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던 터였다. 1인당 300만원씩 내서 활동기금을 만들었다. 분기별로 저수지 대청소뿐 아니라 2∼3명씩 조를 편성해 쓰레기 무단 투기를 감시했다. 수거하는 쓰레기 양은 연간 100t이나 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저수지 수질은 2006년 이후 3급수(COD 5∼8PPM)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3급수는 정수하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민소득 높아져=지난해 붕어·잉어·장어 등 민물고기 어획고는 65t(30만여 마리)을 기록했다. 자율공동체 최경남(52) 대표는 “어획량도 해마다 10%씩 늘고 어족도 참게·새우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주민소득도 높아졌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22명)의 경우 지난해 1인당 연간 소득이 3000만원이나 됐다. 민물고기를 인근 식당·건강원에 팔아 번 돈이다. 10년 전 2개 정도였던 저수지 주변 민물고기 전문 식당은 현재 20여 개로 늘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승우(40)씨는 “자율공동체 운영 전보다 고객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예당저수지에는 낚시꾼이 연간 10만여 명이 찾는다. 자율공동체 회원 가운데 25명은 낚시시설을 임대하고 돈(1인당 5만∼6만원)을 받아, 지난해 1인당 3500만원씩 벌었다.

2007년 해양수산부(현재 국토해양부)로부터 저수지 수질관리 모범사례로 선정돼 상금 1억원을 받기도 했다. 예산군 임성래 축수산유통계장은 “주민들이 저수지 환경을 살려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한 것은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예산=김방현 기자

◆예당저수지=충남 예산군 신양·광시·대흥·응봉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 예당평야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64년 만들었다. 면적이 1088ha로 서울 여의도의 3.7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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