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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밤 명소"…나이트클럽 수출 1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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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얏트호텔 JJ 마호니스에서 손님들이 핼러윈 축제 컨셉트 파티를 즐기고 있다 . 신인섭 기자

올해의 테마는 팬더다. 팬더가 살고 있는 동물원에 초대되는 것이다. 드레스 코드는 블랙과 오렌지 컬러. 핼러윈 파티의 전통에선 벗어나진 않는다. 대신 클럽은 영락없는 팬더 동물원의 모습이다. 팬더 분장의 직원들이 수시로 말을 걸고, 입장할 때 나눠준 마스크에도 팬더 얼굴이 그려져 있다. 팬더와 핼러윈? 어째 조합이 어색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여긴 JJ이니까. 즐겁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JJ가 뭐냐고? 저런, 그렇다면 당신은 둘 중의 하나다. 8090세대 문화에 무지하거나, 파티와 잔치를 분간하지 못하는 21세기 판 숙맥. 여기는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 나이트클럽 JJ 마호니스. 오늘은 JJ 마호니스에서 20번째 핼러윈 파티가 열린 10월 30일 밤이다.

# 창세기

88올림픽은 한강변에 올림픽대로만 남긴 게 아니었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봄, 서울의 특급호텔은 일제히 나이트클럽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때 특급호텔 지하의 나이트클럽은 이른바 디스코텍에 가까웠다. 시중의 디스코텍과 다른 게 있다면 마시는 술의 등급 정도. 사정없이 몸을 흔들어야 한다는 나이트의 율법은 여기서도 지켜졌다.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외국인의 방한을 앞둔 시점, 특급호텔들은 그들을 위한 놀이터를 마련해야 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도 기존 시설을 뜯어고쳤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JJ 마호니스다. 라이브 공연과 댄스 스테이지, 아일랜드풍의 바가 함께 어울린, 말하자면 당시로선 개념이 애매모호한 공간이었다. 나이트라 하기엔 스테이지가 비좁았고, 술집이라 하기엔 놀거리가 넘쳤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다 테이블 옆 복도에서 춤을 추었고, 밴드 공연에 맞춰 노래도 불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포켓볼 당구대였다. 술 마시다 혹은 춤추다 당구공을 치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은, 너무 쿨하거나 너무 섹시했다.

JJ 마호니스는 이른바 캘린더 파티를 주도했다. 한국 최초로 핼러윈 파티를 기획했고, 잇따라 크리스마스 파티, 송년 파티, 밸런타인 데이 파티를 열었다. 그러니까 보신각 타종 행사가 숙연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던 시절, 생면부지 남녀가 한데 어울려 목청껏 카운트 다운을 하고 폭죽을 쏴올리며 새해를 축하하는 서양 영화 속 풍경이 서울 복판에서도 실현된 것이다. 1990년대 서울 시내 유흥가를 장악했던 소위 록 카페, 오렌지족을 위시한 숱한 ‘○○족’의 고향 역시 JJ 마호니스였다. 언제부턴가 JJ 마호니스는 클러버(Clubber) 사이에서 JJ로 통했다.

1994년에 시작해 2004년까지 매년 9월 말 열렸던 인기 테마 파티 스타의 밤.그랜드 하얏트호텔 제공

# 파티 타임

정문 앞에 레드 카펫이 깔렸다. 입장을 하려면 한껏 멋을 부려야 한다. 복장은 화려하게, 화장도 과감하게. 클럽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연방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성가실 정도로 쫓아다니며 파파라치 시늉을 내는 직원도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장하는 할리우드 스타 부럽지 않다.

1994년 시작해 10년간 인기를 누렸던 JJ 테마 파티 ‘스타의 밤’의 장면이다. JJ는 파티를 연 게 아니라 파티를 만들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한 뒤 테마에 맞게 공간을 바꾸고 직원에게 역할을 할당했다. 한여름엔 클럽이 정글처럼 꾸며졌고 한겨울엔 스키장이 됐다.

입장객에게도 의무가 부여됐다. 파티 테마에 맞는 드레스 코드를 갖춰야 했다. 예컨대 ‘항공사의 밤’ 행사 때는, 정문을 비행기 모양으로 꾸며놓았고, 항공기 승무원 복장의 직원이 정문에서 표 검사를 했다. 손님들은 해외여행 때 끌고 다니는 대형 가방을 챙겨 나왔다.

그때 한국인은 알았다. ‘아, 놀려면 준비를 해야 하는구나. 술에 취한다고 노는 게 아니었구나. 노는 데도 방법이 있구나. 이게 파티라는 거구나’. 세월이 흘러 지금. 한국인은 안다. 파티에 참석하려면 드레스 코드쯤은 맞추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걸. 10월 30일 저녁, JJ에 입장하는 젊은이는 한결같이 검은색 또는 주황색 차림이었고, 몇몇은 아예 기다란 모자 따위의 핼러윈 파티용 소품을 들고 나왔다. JJ 20년을 돌아보는 건, 한국 파티 문화 20년을 되짚는 일이다.

# 전설이 되다

신라의 더 포인트, 조선의 오킴스, 힐튼 파라오, 롯데 바비 런던, 리츠 칼튼의 닉스&낙스. 한때 JJ와 경쟁을 벌였던 특급호텔 나이트클럽의 이름이다. 그러나 JJ만 빼고 이들 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이제 JJ는 독보적인 존재다. JJ만 살아남은 이유가 궁금했다. JJ 10년 단골 홍선주(32)씨의 설명이다.
“JJ가 나이트클럽이란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펍도 아니고, 바도 아니고, 클럽도 아닌 곳. 또는 그 세 곳을 다 합친 곳. 칵테일 한 잔만으로 서너 시간 놀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춤출 수도 있는 곳. 8090 세대에 JJ는 친정 같은 곳이에요. 그만큼 편하다는 거죠.”

JJ 회원은 현재 4200여 명이다. 회원 대다수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JJ를 찾는다. 20년 역사이다 보니 별의별 손님이 다 있다. 대기업 임원인 한 회원은 이제 아들과 함께 JJ를 찾아오고, JJ에서 처음 만난 커플은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고 결혼기념일마다 호텔을 들른다.

홍콩의 하얏트 호텔은 서울 JJ를 통째로 본떠 JJ 마호니스를 오픈했다. 이로써 JJ는 나이트클럽 수출 1호 기록을 세웠다. ‘캐세이퍼시픽 매거진’ 등 외국의 여행잡지들은 JJ를 서울의 대표적인 밤 명소로 꼽는다. JJ의 하루 평균 입장객 수는 1000여 명. 올 6월 총 입장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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