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문화 <3>졸리, 의도하지 않은 '불륜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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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앤절리나 졸리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행 연예인’ 중 하나다. 이미 세 아이를 입양했고, 브래드 피트와 동거하며 아이를 셋씩이나 낳았지만 최근 또 입양할 의사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기도 한 졸리는 각종 분쟁 지역을 다니며 전쟁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히잡을 두르고 난민들을 위로하는 앤절리나 졸리의 사진이 보도됐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매혹적인지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였다. 처참하고 황폐한 풍경조차 서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재주에 샘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 ‘입이 방정’이었다. 졸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크면 (브래드 피트와 출연한) 영화 ‘미스터 & 미시즈 스미스’를 보여주고 싶다”며 “엄마·아빠가 사랑에 빠진 영화를 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매우 낭만적인 이 발언이 왜 문제가 됐을까.

영화 촬영 당시 브래드 피트는 전처 제니퍼 애니스턴과 이혼 전이었다. 남의 남편을 가로챈 ‘악녀’라는 비난이 앤절리나 졸리에게 쏟아졌지만 “촬영 당시 친구일 뿐이었고 관계가 발전한 것은 브래드 피트의 이혼 이후”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위 발언은 불륜 관계를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졸리를 역할 모델로 삼았던 여러 여성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입양은 훌륭한 일이지만 불륜으로 맺어진 가정의 단란한 모습은 어딘가 모순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전처의 마음은 또 얼마나 쓰릴지, 보는 사람이 더 불편할 지경이다.

최근 졸리는 “아이들이 왜 엄마·아빠는 결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며 사실상 공개 청혼했다. 그러나 정작 브래드 피트는 “또 이혼할지 모르는 관계 자체를 맺기 싫다”며 거부하고 있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데, 혹자는 “그것 참 고소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남녀관계의 속사정이야 며느리도 모르는 법. 알고 보면 호색한 유부남이 처녀를 건드려 놓고도 이제 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닐까. 진실이야 어찌됐든 앤절리나 졸리가 조금만 덜 사납게 생겼어도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일간지 문화부 기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수경씨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격주로 시시콜콜 전해 드립니다.

김수경 sisikolk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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