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누가그들을울리는가>1.취업에 속아 16명은 자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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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인들의 사기에 한숨짓는 중국동포들이 늘어 난다.더러는 분노와 허탈에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그래도 한핏줄이 낫겠지하며한국에 가 큰돈을 벌어보겠다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옌볜(延邊)에서 아무르강까지 중국동포들의 피해사례는 생각 보다 깊고 넓었다.현지 긴급취재로 피해실태와 대책을 점검한다.
[편집자註] [옌지(延吉)=진세근 기자]“옛날에는 일본놈,지금은 한국놈.”옌지를 중심으로 한 옌볜 조선족들이 입버릇처럼 써대는 표현이다.한국인이 과거 일본 침략기의 일본인들처럼 증오의 대상이 돼버렸다는 얘기다.
확실히 이곳 조선족들은 서서히 죽어간다.취업입국을 빌미로 한한국인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사기행각이 이들을 멍들이다 못해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12월1일 현재 조선족 1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발생 이후 사망자수가 공식 집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11월말 현재까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산하 외국인 피난처(소장 金在五)에 접수된 피해규모는 약 1만4백가구(약5만명)에 3억3천만위안(약 3백50억원)에 달한다.
한국인들의 취업사기로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된 조선족들이 애면글면 붙들어온 생(生)의 끈을 이처럼 미련없이 놓아버린 것은 .죽음보다 못한 삶'때문.집빼앗기고,이혼당하고,자식을 비명에 잃고,온갖 빚독촉에 시달리고.
결국 자살이 유일하 게 선택가능한 도피처였던 셈이다.
물론 홧병으로 죽은 사람도 끼어있지만.타인에 의한 자살'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 1면.中동포'서 계속 ] “한국은 우리의 죽음을 보상하라.” 최근 한국인 사기꾼들에게 직접 피해당한 조선족을 중심으로 결성된.중국 한국 초청사기피해자협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이 협회는 ▶피해보상을 위해 분투노력한다▶사기꾼 징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서로 돕기운동을 강화한다▶사기꾼 예방사업을전개한다는 4개 투쟁전략을 세워놓고 구체적인 단계별 전술까지 마련했다.
협회는 우선 한국으로부터 구체적인 공명(共鳴)이 올 때까지 다단계 투쟁방침을 전개키로 하고 세부내용을 확정해 1일 공개했다. 첫단계는 대규모 자체 집회를 갖는 것.이미 지난 10월과11월 두차례에 걸쳐 단합대회를 가진 집행부는 오는 20일 수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실내집회를 열 계획이다.여기서는 각계의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서로 투쟁각오를 다진다는 복안이다.다음 단계는.25만명 서명운동'전개다.현재 사기피해자가대략 20만~30만명정도 된다고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전 옌볜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달말 현재 서명작업에 동참한 사람은 5만6천명선.불과 1주일도 채 안되는 작업기간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마른풀에 번진 불길같은 기세다.
이런 서명운동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음 단계는 실력행사.즉 5천명의 대규모 시위대를 베이징(北京)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파견해 연좌농성을 벌일 방침이다.이때 불퇴전의 결의를다지기 위해 가는 차비만 갖고 가기로 했다.보상 받지 않으면 돌아오지않겠다는,아니 돌아와선 안된다는 다짐이다.
그 다음 단계는 현재로선 비밀이다.그러나 1일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한국대사관 시위 다음은 북조선대사관 시위”라고 귀띔했다..조선은 하나'라는 것이 북조선의 선전인만큼 딱한 처지를 감안해 도움을 달라는 애걸인 것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안될 최후의 상황에 대비한 무시무시한 결의도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살벌한 상황이다.모든 평화적 노력이 수포로돌아갈 경우.결사대'를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사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조만간 중국내 한국인 기업들과 관광객들은 언제 조선족 결사대의 테러를 당할지 모를 판국이 됐다.피해자협의회 공상일(孔相一.41.전옌볜시경제체제개혁위원회 유통과 과장)부회장은“우린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뭔들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피해자협의회는 지금까지 꺼려왔던 중국언론 접촉도 곧 시작할 방침이다.민족의 수치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쉬쉬해왔지만 더 이상덮어둘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우선 1차적으로 옌볜일보.옌볜TV.지린신문.헤이룽장일보.랴오닝일보등 조선어언 론을 동원한 뒤 점차 중국신문들에까지 자료 제공폭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와관련,피해자협의회의 다른 관계자는“일부 북한 인사들로부터피해관련자료를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하고“이들에게도자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피해보상을 위한 전방위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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