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파업,있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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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시내 일부 개업의사들과 약사들이 의료정책에 관한 토론회참석을 핑계로 20일 오후 4시간여동안 집단휴진했다.일부라 하지만 의사협회.약사회 등이 이 사실상의 파업을 주도하고 있고,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는 지방에서도 이같은 . 파업'을 차례로 벌일 예정이라니 가벼이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의료인도 직업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근로자나 상인과 같은 직업인일 수는 없다.의료인들은 그들의 직분과 관련한 독점적 권리와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를 누리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굳이 선후를 따진 다면 그들의권리나 사회적 지위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다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의료인들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문제를 뒷전에 돌리고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위해 파업에 나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처사다.정부의 의료정책에 관해 비판이나 항의를 제기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또 바로 그것이 의사협회 나 약사회와 같은 이익단체의 주요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그 비판이나항의의 방법이 꼭 파업이어야 하는가.설사 의료인들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해도 그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이 집단휴진이란 형태의 파업인 것은 찬성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집단이기주의와 법질서를 무시한 각종 시위나 실력행사로 인해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이로 인한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줄여나가는 한가지 방법은 사회 지도층만이라도 법과 질서를 지키고 이기주의를 공동체의 이 익이나 현실과조화시키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런데 대표적 지도층인 의료인들이 오히려 더 성급하게 집단행동을 보여주고 있으니 우리 사회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하는 개탄도 하게 된다.
의사협회나 약사회와 같은 강력한 단체가 파업밖에는 다른 의사표현방법이 없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집단휴진과 같은 탈법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더 이상 계속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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