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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고함(孤喊)] 이 나라엔 환공도 관중도 없나 ‘내우외환일수록 정도로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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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자가 자기 선대의 정치인을 평가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제환공(齊桓公)은 정(正)했고 휼(譎)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자도 관용 베풀어 재상 중용하니 #개혁 이뤄내고 국난도 극복 … 경제 위기 해법으로 새길 만

참 해석하기 어려운 말이다. 공자는 노(魯)나라 사람이다. 노나라는 곡부 지역의 작은 나라이지만 제(齊)나라는 지금 산둥(山東)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국이었다. 그 유명한 낚시꾼 강태공이 분봉된 나라였다. 제13대 희공(僖公)에게 아들이 셋 있었다. 맏아들이 태자 제아(諸兒)였고, 그 밑으로 두 동생 규(糾)와 소백(小白)이 있었다. 제아가 등극하여 양공(襄公)이 되었는데, 그는 성격파탄자였고 국정 운영 능력이 없었다. 여동생과도 간통을 일삼았고 그 남편 노환공까지 죽이는 비극적 사건을 벌여 제나라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위기를 감지한 두 동생 규와 소백은 후일을 도모하며 각기 피신의 길을 떠난다. 두 형제는 배가 달랐는데 규는 엄마가 노나라 여자였기에 노나라로 갔다. 그러나 소백은 제나라의 수도 임치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거현(?縣)으로 피난을 갔다. 소백에게는 포숙아(鮑叔牙)라는 현명한 가정교사가 있었다. 그리고 포숙아에게는 소꿉친구인 관중(管仲)이 있었다. 포숙아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친구를 포용하는 큰 마음이 있는 인물이었다. 포숙아는 관중을 미래의 라이벌이 될 규의 참모로 천거했다. 어차피 대권은 규나 소백 둘 중 하나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

제양공은 무지(無知)라는 사촌형에게 암살되고 무지도 곧 제거되고 만다. 제나라의 옥좌는 공석이 되었다. 이제 규와 소백 두 사람 중에 누가 먼저 임치로 달려가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소백의 선택은 탁월했다. 가까운 거(?)에 있으니 노나라에 가 있던 형 규보다는 훨씬 빨리 달려갈 수 있었다. 규의 참모 관중이 이러한 형국을 모를 리 없다. 관중은 별동대를 조직하여 소백이 지나갈 길목에 먼저 와서 매복하고 있었다. 송림 사이로 소백의 수레가 나타나자 관중은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소백에게 명중했으나 운명의 신은 소백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화살이 소백의 혁대 쇠버클에 꽂혀 무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소백은 일행에게 자기가 죽은 척하게 했고 곡(哭)을 시켰다. 갑자기 장례 행렬이 되고 만 것이다. 관중은 속을 수밖에! 관중은 노나라에서 군대를 동원하여 유유히 제로 향했으나 이미 소백은 제나라의 막강한 군대를 접수한 대군(大君)이 되어 있었다. 그가 바로 제환공이다.

소백은 노나라에 규의 목을 칠 것을 명했고, 자기를 쏘아 죽이려 한 관중을 함거에 실려 보내도록 했다. 관중이 도착하자 소백은 관중을 자기 손으로 죽이려 했다. 이때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포숙아가 말한다. “주군께서 이 제나라 하나만을 다스리시려 한다면 능히 소신이 재상직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하를 얻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저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하십시오!”

관중은 개혁을 단행하고 부국강병의 실적을 올렸으며 내분을 억제하고 주변의 제후들을 위복(威服)시킨다. 그리하여 제환공을 춘추의 제1패자로 만든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제환공을 평하여 “정도를 행하였고 속이지 않았다”(正而不譎)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제환공의 정도는 다음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노나라의 장수 조말(曹沫)이 계속 패하여 땅을 빼앗기자 제나라와 화친의 맹약을 맺게 됐다. 그 자리에서 조말은 갑자기 단상으로 튀어올라 제환공의 모가지에 칼을 들이대고 빼앗은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는 수 없이 돌려주겠다 말하고 화를 피했으나 환공은 괘씸하여 조말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관중은 조말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게 했다. 원칙을 지킴으로써 주변의 제후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공자는 이를 평하여 병거(兵車)를 쓰지 않고 제후를 심복시켰다고 했다.

지금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제환공도 없고, 관중도 없다는 데 있다. 포숙아의 말을 듣는 제환공도 없고, 또 내우와 외환을 동시에 척결할 수 있는 거대한 지략가도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코드인사만을 일삼았다. 역사에서 이미 부적격자로 판정된 사람들을 경제의 수장으로 삼았으니 그들에게서 새로운 지략이 나올 리 없다. 자기를 쏘아 죽이려 한 사람을 재상으로 기용할 줄 아는 아량과, 같은 교회의 동아리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려는 안목을 어찌 동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겠느냐마는, 우리 국민은 지금이라도 혼란만 가중시키는 언어를 생산하고 있는 정책자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북한산에 오르려고 택시를 탔다. 원숙한 운전사 분이 왈, “아무 뾰족한 수가 없는데 뾰족한 수가 있는 줄 알고 쑤셔대다가 나라가 망가졌소.”

한때 공자를 중용했던 노나라 정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뭔가 한마디로써도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다는데 그게 뭡니까?”

공자가 말했다. “옛말에 ‘임금 노릇 어렵고 신하 노릇 쉽지 않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임금 노릇 하기 어렵다는 이 한마디만 깨달아도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이까?(如知爲君之難也, 不幾乎一言而興邦乎?)”

도올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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