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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도 아쉬운 상황에 교포들 예금 안 받는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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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은행의 달러 부족 우려로 환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 해외지점들은 교포들의 외화 예금을 거절하고 있다. 관련 규정과 절차가 까다롭다는 게 이유다. 한 푼의 외화가 아쉬운 상황이지만 탁상행정에 매달려 귀중한 ‘외화벌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교민 최남씨는 “이곳 국민은행 지점에 찾아갔더니 ‘한국에서 계좌를 만들어 오라’고 해 포기했다”며 “한국은 지금 외환이 필요하다는데 해외 교포들이 한국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서로 다른 제도 탓을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지점과 한국 본점 사이에 서류 몇 번만 오가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은 절차가 까다롭다며 아예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국 씨티은행에 가 미국에서 쓸 수 있는 미국 씨티은행 통장을 개설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중국으로 유학 가는 한국인들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 공상은행 계좌는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비밀번호 문제를 들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직원 모르게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해외 지점에서는 이런 절차가 불가능하다”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외 지점에서 한국 외환통장을 개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전화를 통해, 신한은행은 밀봉 서류를 통해 비밀번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공식적으론 해외 교포들의 국내 외환통장 개설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국적인 시민권자들에겐 변호사 공증 서류, 영주권자들에겐 영사관에서 발급하는 위임장을 요구하고 있다. 통장 하나 만들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이나 영사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교포들의 돈이 국내 외환계좌를 틀 수 있는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외환은행에 개인들이 해외에서 예치한 외화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23일까지만 6억1000만 달러나 된다. 3억 달러대였던 올 1, 2월에 비해 두 배 이상 으로 늘어난 수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해외 지점과 국내 본점 사이에 몇 번 국제특송우편을 주고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실명 확인 등 제도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며 “요즘 같은 외환 부족 시대에 고객이 맡기는 돈을 안 받는 건 은행들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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