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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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03면

26일 오전 8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가 열린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마치고 25일 밤 9시가 넘어 청와대에 도착한 지 반나절이 못 돼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들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 대상은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이에 앞서 25일 저녁 강 장관과 전 위원장 등은 심야에 만나 외화 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 대책과 증권·운용사 유동성 대책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박한 청와대

정부는 최근 은행 외채 지급보증, 외화 유동성 공급, 장기 펀드 세제 혜택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위기가 진화되기는커녕 불안감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매로 주가 1000포인트가 붕괴하고,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미 뉴욕 타임스(NYT)는 “한국의 취약성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징표”라고 분석했다. 세계 13위 경제력을 가진 한국까지 휘청대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NYT는 한국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 위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신호를 일찍 보내지 못해 비판받는다”고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 시장 위기도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 다우지수는 24일(현지 시간) 312포인트(3.6%) 떨어진 8378.9로 마감했다. 5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9월 기존 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5.5% 늘었다는 수치가 나오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경기 하강으로 오래 못 간다’는 비관론에 곧 묻혔다. 오는 30일엔 침체의 잣대인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는데 -0.5%로 예상돼 또 한 번 충격을 부를 전망이다.

유럽에서도 영국(-5%)·독일(-4.9%)·프랑스(-3.5%) 증시가 줄줄이 큰 폭으로 밀렸다. 이날 발표된 유럽의 10월 제조업 활동지수는 10년 만의 최악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3분기 성장률이 -0.5%로 16년 새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발표도 한파를 불렀다.

특히 부도 위기에 놓인 아이슬란드가 이날 유럽에선 1976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다급해진 IMF도 각국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신흥국에 대한 여신 한도를 높이고 의무 조항을 완화하는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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