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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 중국이 흔들린다 <하> ‘밑 빠진 독’ 주식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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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년 새 “천당에서 지옥으로”=지난해 10월까지 중국 주식투자자들은 모두 부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기쁨은 그때까지였다. 이후 상하이 주가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올 들어 4800선에서 출발한 증시는 중남부 지역 폭설과 5월 쓰촨(四川)대지진을 거치면서 급전직하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9월 말 미국의 금융위기가 구체화되면서 지수는 2000 이하로 밀렸다.

21일 오전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 텅 비다시피 했다. 직원은 “지난해만 해도 몰려든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올 들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찾는 고객도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상하이=장세정 특파원]

증권사 직원들에게도 혹한이 몰아닥쳤다. 월급이 깎이고 구조조정 임박설이 돌고 있다. 삼성증권 상하이 지점 송해성 대표는 “상당수 증권사가 하반기 들어 10~20% 감봉을 실시했고 일부는 감원을 고려 중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쪽박 찬 개인투자자들=21일 오후. 시내에서 만난 상하이 시민 쉬(徐·48)는 주식 얘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5년가량 주식 투자를 하면서 얻은 결론은 주식과 도박이 다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수입 6000위안(약 100만원)으로 4인 가족의 생계를 꾸려간다는 그는 “주식 거래로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잃고 지금은 손을 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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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지난해에 주식이 계속 오르면서 잠시 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손해를 본 사람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중국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는 영원히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승자는 (증권거래세를 거두는) 정부뿐”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6조696억 위안에서 22일 현재 3조756억 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새 2조9940억 위안(약 500조원)이 날아간 것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의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 영업점 앞에 설치된 ‘다섯 마리 황소 동상’. 1996년 세워진 이 동상은 지난 10여 년간 중국 증시 상승의 상징이었다.

◆못 버린 대박의 꿈=재중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상하이 구베이(古北)지역의 수이청난루(水城南路)에 위치한 둥하이(東海)증권 2층 객장. 낡은 486급 컴퓨터 50대가량이 설치돼 한국의 독서실이나 고시원을 연상케 한다. 투자자 10여 명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주식 거래가 한창이다. 거래 마감시간인 오후 3시가 지나도 3~4명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남자 우(吳)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늘은 15포인트밖에 안 떨어졌다. 1%도 안 된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최근의 투자 실적에 대해 우는 “잃은 돈은 몇만 위안 정도”라고 말했다.

이 건물 3층에는 10만 위안 이상의 고액 투자자들을 위해 별도의 딜링 룸이 만들어져 있었다. 증권사 직원은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 적잖은 고객들이 주식에 여전히 관심을 접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주식 투자로 평생 맛보기 어려운 재미를 본 이들이 많다”며 “그런 재미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당분간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증권 송 대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아직 중국 증시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투자 심리가 더 가라앉으면 지수가 18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 내다봤다.

상하이=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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