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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이 흔들린다 <중> 몸살 앓는 부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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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상하이 푸둥의 국제금융센터(環球金融中心:사진 오른쪽). 5월에 완공된101층짜리로 496m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열기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사진 왼쪽은 88층 진마오다샤(金茂大廈). 지난해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상하이의 부동산 가격은 올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21일 오전 상하이(上海)시 구베이(古北)지역의 중산층 아파트인 창성화위안(强盛花園). 올 초 ㎡당 3만5000위안(약 670만원)을 호가하던 이 아파트는 최근 3만1000위안 선으로 떨어졌다.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의 도미노가 상하이까지 상륙한 것이다. 물론 상하이의 최고급 아파트 가격은 아직 건재한 편이다. 상하이 반석 부동산 박완신 사장은 “상하이 변두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약 10% 떨어졌지만 주거여건이 뛰어난 도심 아파트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급락의 진원지로 알려진 선전의 사정은 더 심하다. 선전시 난산(南山)구 훙수시안(紅樹西岸) 아파트는 고급 주택단지로 꼽힌다. 196㎡ 아파트는 최고가가 한때 ㎡당 4만5000위안을 호가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최근 ㎡당 2만3000위안대로 급락했다. 1년 만에 50%가량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m²당 1만5000위안 선에서 분양된 바오안(寶安)구의 아파트 역시 이달 들어 가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화남(華南)한국인회 연합회 김용관 회장은 “분양이 안 되자 건설업체들이 3개월 전부터 신규 건설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투기 광풍의 대가=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빠지면서 중국의 주요 도시에선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건설업체 부도와 부동산 거래소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자금난을 못이겨 자살한 건설업주 얘기도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한다.

베이징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순츠(順馳)는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다 시 정부에 중개 업무 포기 신청을 냈다. 순츠는 중국 20개 도시에 800여 개 체인과 7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형 부동산업체다. 상반기에 1만2000여 명이던 상하이의 부동산 중개업체 수는 최근 절반 정도로 줄었다. 부동산 중개인 수도 10만 명에서 4만5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전의 아파트 가격이 2003년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규 아파트 건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건축자재나 인테리어·가구 등 관련 산업 분야도 위축되고 있다. 부동산 업체들도 살아남기 경쟁이 한창이다. 선전의 한 건설업체는 ㎡당 2만 위안에 분양한 아파트가 3개월 만에 1만6000위안으로 급락해 고객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뒤늦게 분양받은 고객에게 ㎡당 4000위안씩을 돌려줬다. 베이징에서는 아파트 두 채를 한 채 가격에 파는 ‘반값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방정부들 부양책 쏟아내=당장 세수가 줄어든 지방정부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18개 지방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는 일정 면적 이하의 2주택자에게는 주택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는 90㎡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집값의 1%를, 90~144㎡ 주택 구입자에게는 집값의 0.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는 주택 보조금 한도를 30만 위안으로 올렸고, 충칭(重慶)시는 90㎡ 이하의 주택 구입자에 대해 거래세를 면제했다.

한동안 방관하던 중앙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의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는 아직 논의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위축되도록 놔뒀다간 소비는 물론 내수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부 부동산 전문학자들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 2010년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전·상하이·베이징=장세정 특파원



“당분간은 조정 … 2~3년 뒤엔 반등할 것”

리중콴 원저우대 교수

 “선전 등 일부 대도시에서 비정상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미국의 금융위기까지 겹쳐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2~3년 뒤엔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다.”

리중콴(李忠寬·45·사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대 상과대학 교수의 중국 부동산시장 진단이다. 선전에서 시작된 중국 부동산 가격 급락은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단기간 집값이 50% 이상 급등한 데다 ▶정부가 대출금리를 올렸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중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까지 대출해 줬지만 중국은 돈 있는 중산층도 주택 가격의 60~70%밖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그런 만큼 담보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중국 정부가 미국 금융위기 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국도 (미국 국채 매입 등) 발목이 잡혀 안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준이 되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저우가 중국 부동산시장의 메카로 떠오른 배경도 설명했다. 1998년 중국 정부가 주택 분배를 중단하고 주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자 원저우 상인들이 가장 먼저 부동산 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저우 상인들이 가장 먼저 주택이 돈이 될 수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저우=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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