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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펀드 아우성 속 임직원 연봉은 매년 10% 넘게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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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조업은 뼈 빠지게 일해도 큰돈 벌기 어려운데 이들에 업혀 장사하는 은행이 몇 조원씩 이익 내면 곱게 비치겠나.”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 원로 경제인의 말이다. 받을 임금 다 받고 어려워지면 정부에 손 내미느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과 같은 맥락이다.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18개 은행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진행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윤광림 제주은행장. 은행장들은 이날 임금 삭감을 포함해 자구책을 발표했다. [김형수 기자]


22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은행장의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 20억2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장은 10억800만원, 우리은행장이 9억400만원, 신한은행장은 6억81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스톡옵션이 빠져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4년 11월 취임하면서 최대 70만 주를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 계약을 했고, 1차 임기가 만료된 지난해 11월 61만 주를 받았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3월 주총에서 7만 주를 받았다.


2003년 이후 은행 이익이 급속히 늘면서 임직원의 연봉도 함께 높아졌다. 2003년 국민·신한·하나은행의 평균 연봉은 4500만~4800만원이었다. 대표적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4900만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순서가 뒤집혔다.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은 6020만원인 반면 국민은행은 7230만원, 신한은행은 6920만원, 하나은행은 6500만원이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4년간 연봉이 57.9% 높아졌다. 4년간 매년 평균 10% 넘게 오른 셈이다. 금융 공기업은 연봉이 더 많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평균 연봉은 9049만원, 기업은행은 8484만원이다.

은행들의 돈잔치는 장사를 진짜 잘해서가 아니었다. 2007년엔 LG카드 등의 지분을 팔아 얻은 차익(3조4000억원) 덕분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15조원)을 냈다. 은행 본업에서의 순이익은 11조65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오히려 3.2% 감소했다. 은행들은 이런 주름살을 주식 매각 차익이라는 보톡스 주사 한 방으로 편 셈이다.


물론 은행장은 돈쓸 데가 많다. 고액 연봉을 고스란히 집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경조사비·격려금·협찬·기부금 등 경비로 처리할 수 없는 지출이 많다. 과거엔 유력 지점장들이 판공비를 갹출해 은행장에게 모아주기도 했다. 옛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의 한 금융인은 “은행장이나 임원의 고액 연봉은 음성적으로 충당하던 지출을 양성화시킨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의 고임금을 문제 삼는 데 거부감도 만만찮다. 고임금을 먼저 건드리는 것은 일반인의 정서를 자극해 은행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음모론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컨설턴트는 “갑자기 은행 연봉을 건드리는 것은 치사하다”며 “정부가 책임론을 의식하다 보니 은행을 지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임금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은행의 경영이 과연 고액 연봉에 걸맞게 효율적이고 선진적이냐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다. 차별화 전략보다는 한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식의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을 들고 있는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하고, 돈 빌린 중소기업에 키코에 가입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또 개인에게 법인등록증을 만들게 해 거액 기업대출 해주고, 부동산 경기 안 좋다 싶으면 만기 전에 대출 회수하고….

이런 불만은 금융감독원 민원실에 수시로 접수된다. 요즘 문제가 된 펀드만 해도 그렇다. 은행이 펀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한 데 따른 분쟁은 금감원에 접수된 것만 2006년 40건, 2007년 109건에 이어 올 상반기만 해도 117건에 달했다. 이는 은행의 펀드 판매 수수료가 올 상반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례 관계에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중소기업 오너는 “은행원 권유로 펀드 들고, 키코 가입해 이중으로 털린 중소기업이 많다”며 “은행 말만 따르다가는 손해 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은행권이 얻을 것만 얻고 자기 희생은 하지 않으려 하는데,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남윤호·김준현·안혜리·김원배·조민근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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