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뿌리깊은 전관예우 공직 불신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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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조계와 공무원 사회에 아직도 전관예우(前官禮遇)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그제 발표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실태에 따르면 2004~2007년 퇴임한 고법원장 7명과 지법원장 13명 등 20명이 퇴임 1년 이내에 최종 근무했던 법원의 사건을 맡았다. 이들 가운데는 퇴임 3일과 6일 만에 자신이 근무하던 법원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도 있었다니 법조인으로서 윤리의식 수준이 그 정도인지 놀랍다.

물론 법원장은 재판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엊그제까지 상급자로 모시던 법원장이 수임한 사건이라면 담당 재판부로선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2007년 하반기 형사사건 수임 건수에서 1~20위를 차지한 변호사 중 17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만 봐도 전관예우에 대한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전관예우는 법조계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 부처 공직자들의 퇴직 후 유관 업체 취업도 문제다. 부정한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2003년부터 올 7월까지 금감원에서 퇴직한 뒤 재취업한 2급 이상 간부 100명 가운데 92명이 금융업계에 진출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들도 로펌·회계법인·사기업 등에 재취업해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관예우는 사법부와 공직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판·검사 퇴직 후 2년간 수임 자료와 사건 목록을 제출받는 법조윤리협의회의 활동을 강화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퇴직 후 일정 기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 등의 취업을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