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癌 치료' 국내서도 贊反논쟁-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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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차피 죽을 것이 확실시되는데 단지 생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인가,아니면 암치료를 중단하고 남아 있는 삶의 질을 존중해 줄 것인가.말기암 치료에 대해 현대 의료계의 답변 은 궁색할 수밖에 없다.환자가 받는 고통만큼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최근 일본에서 출판된 『암과 싸우지 마라』는 책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사람을 보지 못하는 의학이나 의료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비난과 자성의 소리가 높다.의료가 인간의 행복이 아닌 의학과 의료인만을 위한 과학으로 전락해 가는 것은 아닌지,의료인들이 말하는 최선의 진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조명해본다.
사람들은 「밤에 자다가 자기집 안방 이부자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급사(急死)하는 죽음」을 원한다고 한다.즉 인간은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겪는 통증,대소변 가리기 같은 자기 조절기능 상실등으로 인한 고통을 더 두려워 한다 .바로 이같은 이유로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술은 인간의존엄성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대표적인 예가 암이 뇌로 전파된 전이성 뇌종양 수술.뇌는 단단한 뼈로 둘러싸인 한정된 공간이다.따라서 전이된 암덩어리로 인해 크기가 조금만 커져도 뇌압이 급속히 올라가 심한 두통을 유발한다.서울대의대 신경외과 정희원(丁熹源)교수는 『이때 환자가 느끼는 두통은 일반적인 두통과 달리 머리가 빠개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므로 아무리 말기 환자라도 「윤리적」인 차원에서 수술로 두통을 조속히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술로 좋아지는 증상은 두통 외에도 실어증(失語症).반신불수등의 신경학적 이상소견은 모두 해당된다.전이성 뇌종양은 대부분수술도 간단하고 수술후 회복할 때까지의 기간도 1~2주정도로 다른 치료법에 비해 훨씬 짧다.
게다가 이같은 수술이 때론 질병 완치를 가져오기도 한다.丁교수는 『폐암이 뇌에 전이돼 심한 두통을 호소하던 53세 남자 환자가 전이된 뇌종양 제거수술을 받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며 질병 말기라도 최선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비단 전이성 뇌종양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또다른 예로 간등 다른 부위에 암이 퍼진 위암.대장암등 환자의 경우 비록 암을 완치시키는 수술법은 아니더라도 암덩어리가 위장관을 막아 음식을 못먹거나 대변을 못보는 경우,통증.출혈 .피고름등으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절제술이나 우회술등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술을 한다.전신상태가 너무 나빠 간단한 수술도 견딜 수 없는 상태거나 수술법 자체가 지나치게 위험한 경우가 아닌한 비록 여명(餘命)이 몇 달 안되는 말기암 환자라도 삶의 질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수술은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 이분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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