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은 저리 가! -서울 잠신중 아버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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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만 학교에 오라는 법은 없다. 아버지도 학교에 올 수 있다. 아버지들이 모여서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아버지회. 잠신중학교에는 그런 아버지회가 있다. 아버지회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갈까?

잠신중학교는 올 5월부터 아버지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모임시간은 주로 저녁 늦은 시간. 회원은 40여명에 이른다. 대화의 주제는 학교 주변 환경이나 노후시설 교체, 방과 후 수업과 특목고 진학문제 등 다양하다. 하지만 아버지들의 최대 관심사 역시 자녀교육. 회의가 끝나면 아버지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자녀의 성적이나 생활태도 와 관련된 질문을 하느라 분주하다.

김정윤(43∙8회사원)씨는 아버지회라는 모임이 생소하고 신기해서 참석했다가 지금은 총무까지 맡을 정도로 열성회원이 됐다. 교장8교감 선생님과 학교정책을 논의하고 다른 아버지들과 교육정보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그는 “아버지회에서 얻은 정보가 아이와 대화하는 데 많은 도움
이 됐다”며 “학업의욕이 높아진 성훈이를 보면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8월 말에 있었던 ‘아버지회 부자간의 캠프’는 김 씨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서툰 솜씨로 저녁을 만들어 먹었어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성훈이를 꼭 껴안고 잤답니다.” 체육활동과 레크리에이션 등을 함께하며 보낸 1박2일은 부자간에 교감하기 충분했다. 그 후 성훈이는 김 씨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주 조언을 구한다.

아버지회 박승일(47∙G건설업)회장은 아버지회 창립총회 때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강사는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미칠이’를 예로 들며 “젊은 세대의 생각은 아버지 세대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해야 자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씨는 자신의 잣대만 가지고 딸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한 것 같아 미안했단다. 그는 “그때 이후로 소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광하(50)교장은 “아버지회를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선택제나 특목고 입시, 대학입학 전형과 관련된 강의는 물론 아버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버지들의 전문성을 활용한 자문위원회 발족도 준비 중이다. 김 교장은 “3학년 학생들의 입시가 끝나는 11월 이후에는 아버지회 회원들을 일일 교사로 초청할 것”이라며 “아버지들이 학교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제공 = 잠신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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