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쌀 직불금 불법 알고도 덮어버린 감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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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쌀 소득보전 직불금 특감’에 대한 감사원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7월 이미 끝낸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가 석연치 않다. 무려 4만여 명의 공무원이 불법으로 직불금을 챙긴 사실을 적발하고도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청을 묵살하다가 청와대까지 나서자 마지못해 자료를 내놓았다. 게다가 명단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파기해 버렸다”며 버티고 있다. 정치권의 의문 제기에 대한 해명도 하나같이 설득력이 부족하다. 감사 결과를 공개치 않은 이유에 대해 “농민 피해 등 사회문제가 우려됐다”고 답했다. 명단 파기 이유를 추궁하자 “자료 조사에 참여한 민간 기관들의 정보 유출을 염려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배경을 놓고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농민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노무현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같은 공무원인 그들의 비리를 눈감아준 것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감사원의 최우선 업무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다. 사회 파문을 우려해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명단을 파기한 것은 범죄 증거를 훼손한 것이나 다름없다.

감사원은 이제라도 감사 내용과 공개 지연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원해서라도 비위 공직자들을 엄중히 문책해야 함은 물론이다.

쌀 직불금에 대한 국민 의혹이 크다. 이번 기회에 2007년 이후 실태에 대한 특감도 벌여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혁신도시 감사, 남북경협 특감 등으로 ‘코드 감사’‘표적 감사’의혹을 받고 있는 감사원이다. 이번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 최고 사정기관으로서의 위신 추락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소외당할 것이다. 차제에 감사 결과 공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워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해야 한다. 감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 결과 인터넷 공개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입맛에 맞추어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