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도층 인사들 비리 연루 잇단 구속에 충격과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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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문민정부의 탄생지 부산이 왜 이러나.
최근 공무원.경찰.세관직원.교수.의사.시의원.기자.금융기관 간부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온갖 파렴치한 범죄에 연루,잇따라구속돼 충격과 실망을 주고 있다.
부패사회의 모델을 보듯 인허가.심의.단속.수사등 권한이 있는곳이면 어디에나 부패사슬이 폭넓게 퍼져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동아대 吳윤표(46.구속중).부경대 鄭창식(48).부산대 孫태민(52)씨등 교수 3명은 교통영향평가를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2천8백만~1억2천여만원씩을 받았다.
교통난 해소는 뒷전이고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이란 위치를 이용해 신성한 교수연구실에서 뒷돈 거래를 했다.
鄭.孫교수등 2명은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반성은커녕 곧바로 잠적하는등 일반 잡범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다른 심의위원(교수.시청국장급.시의원)들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부실공사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중에도 柳장수(59) 전 부산시종합건설본부장은 건설업체로부터 뇌물 3천3백만원을 받고 부실공사에 앞장섰다.그는 구속 5개월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부산.경남지역 10개 신문사 기자들은 공사현장의 문제를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업들로부터 1억9천여만원이나 받아냈다.2명은 구속,나머지는 불구속기소됐다.
부산 시의원이기도 한 權오만(43)부산지역 택시노조 위원장은기사 근무복 납품을 미끼로 7천5백만원을 받았다가 지난달 5일구속됐다.
근로자 복지향상 구호는 거짓이었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한 「노동귀족」이었을 뿐이다.
한 병원장은 히로뽕 중독자로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비리 인사들은 너나 없이 「준재벌급」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지난 5월 수뢰혐의로 수배된전 부산시 세무조사계장 李중근(48.잠적)씨의 경우 『76평형아파트.토지 13건.증권투자 4억원등 수십억원 의 재산을 갖고있다』고 검찰은 확인했다.
柳 전 건설본부장의 집에도 검찰의 압수수색때 50만~1백만원의 돈뭉치 1천여만원과 가족명의의 통장 43개가 발견됐다.검찰은 『교통영향평가 비리 연루 교수 3명도 몇채씩의 집과 곳곳에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경실련 이동환(李東晥.36)사무국장은 『도시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특히 부산의 경우 감시.감독기능이 약하고 부패에 물든 의식이 변하지 않는데서 비리가 더욱 극성을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대 이대우(李大雨.53)교수는 『정부의 사정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부패구조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시민운동과 지도층의 자정노력이 활기차게 일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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