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과 훈장의 권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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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이나 훈장이란 수상자의 공적에 대한 표창이다.공적에 대한 물질적 보상만이 아니다.공적자의 값진 행위를 널리 알려 인간행위의 규범으로 삼자는 뜻이 함께 포함된다.특히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주는 국가 상훈(賞勳)이란 엄정한 심사와 공정한 평가를거쳐야 한다.동티모르의 반인권적 현실에 맞서 투쟁하고 국제사회에 고발한 벨로주교와 오르타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이들의 수상을 세계인들이 기리는 까닭도 그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했고,노벨상을 줌으로써 반인권적 행위를 규 탄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날,문화의 달을 맞아 정부가 주는 은관문화훈장을 원로작가 황순원(黃順元)씨가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수상거부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다만 금관 아닌 은관에 대한 문단측의 아쉬움이 전해지는 것으로 봐 수상등급이 잘못됐다는 짐작을 한다.황순원이라면 우리 문단의 대표적 작가다.주옥같은 장.단편소설로 순수문학의 뿌리를 내리고,평생을 고아하고 담백하게 살아온 문학 외길의 존경받아 마땅한 작가다. 누구는 금관이고,누구는 은관이냐고 따지자는게 아니다.이런 작가를 은관훈장으로 매김한 정부의 서훈심의가 너무 안이했거나 종래의 연공서열식 나눠주기 훈장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 때문이다.이유야 달랐지만 지난 7월 국민훈장 수훈자였던 이효재(李효再)교수도 수상을 거부했다.
정부 서훈이 거듭 거부되면 이는 훈장에 대한 훼손이 될뿐 아니라 정부 권위의 실추도 된다.몇해전엔 청와대 직원에게 훈장을나눠준 적이 있고,전직 고위관료들에게 돌려먹기식 포상을 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이런 남발 선례가 있으니 정부서훈이 공신력을 잃고 정부권위의 실추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과 훈장의 권위를 높여나가야 한다.상훈 심의를 공정히 해야하고 진정 해당분야의 공적자를 가려내야 한다.그런 축적을 해나가야 노벨상으로 연결되는 우리 문화의 업적홍보도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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