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서>제독이 잠수함도 못타봤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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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위 소속의원 13명이 우리 해군의 장보고 잠수함을 타고 동해해저의 안보태세를 시찰했던 9일.의원들은 동승한 동료 신한국당 허대범(許大梵.진해)의원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기대했다.
許의원은 해군교육사령관(소장)출신이기 때문이다.
육군대장출신의 신한국당 박세환(朴世煥.전국구)의원등이 許의원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許의원은 『36년간 해군생활을 했지만 사실은 아직 잠수함을 타고 다이빙(실제 잠수)해 본 적이 없다』고 계면쩍어 했다. 그러나 이어진 許의원의 설명은 바로 우리 해군의 현주소,나아가 무방비로 잠수함 침투를 당하게 된 원인(遠因)을 알게했다. 94년 1월 전역한 許의원은 그해 이후에야 제작이 본격시작된 한국산 잠수함을 애초에 타 볼 기회가 없었다.그는 『동해 바닥이 주변국의 잠수함 각축장이 될 때까지 우리는 잠수함에너무 늦게 눈을 떴다』고 했다.미국등 우방도 우리 군 간부들에게 정박중인 잠수함만 보여줄 뿐 실제 항해운용 과정은 철저 보안에 부쳐 태워주지 않는 실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許의원은 『탐지가 어렵고 대양을 누비며 미사일 발사까지 가능한 잠수함은 대표적 전략무기이기 때문』이라며 『우방조차 우리가잠수함을 빨리 갖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도 전했다.
잠수함 항해를 못해 본 전직 해군제독의 내력에서 우리의 허술한 안보태세를 다시한번 읽게된다.
스페인.네덜란드.포르투갈.영국.미국등 한시대의 세계 강국은 예외없이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함선은 외교의 최일선 수단』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당장의 안보는 물론 진취적인 태평양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도 해군력강화등 자주국방 태세를 강화할 때다.
최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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