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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국어문법’ 육필본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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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시경 선생의『국어문법』(1910년) 인쇄본右과 한 해 전에 쓴 육필본. 교열 흔적이 남아 있다.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 선생이 1910년에 펴낸 『국어문법』의 초고로 추정되는 육필본이 최근 공개됐다. 『국어문법』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인 융희4년(1910년) 4월15일 발행된 인쇄본이다. 이번에 공개된 육필본은 한 해 전인 융희3년에 완성된 『국어문법』의 저본(底本)으로 추정된다. 주시경 선생이 직접 붓글씨로 써서 책자 형태로 꾸몄다. 원고의 내용은 인쇄 발행된 『국어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군데군데 교열을 보고 문구를 수정한 기록이 남아 있어 관심을 끈다. 먼저 육필본에서 ‘국문음학대요(國文音學大要)’라고 쓴 한자로 된 소제목을 인쇄본에서는 ‘국문의 소리’라고 간결하게 고쳤다. 육필본에서 ‘예(例)’라고 한자로 쓴 것을 인쇄본에서는 ‘본’으로, ‘해(解)’라고 쓴 것은 ‘풀이’라고 우리말로 바꿨다.

문법 용어의 한글화에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육필본에는 ‘모음(母音)’이라고 적었으나 대각선으로 줄을 긋고 이를 ‘읏듬소리’로 고쳤다. 이에 따라 인쇄본은 ‘읏듬소리’로 썼다. ‘자음(子音)’도 ‘붙임소리’로 고쳐 쓴 흔적이 육필본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인쇄본에서는 ‘붙임소리’가 아니라 ‘붙음소리’로 돼 있다. <사진 참조>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홍현보 연구원은 “선생이 『국어문법』을 집필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쏟고 가급적 우리말로 문법용어를 바꾸려고 했던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원로 한글학자 김석득(77) 연세대 명예교수는 “주시경 선생이 작고 직전에 쓴 『말의 소리』까지 계속 발전시킨 국어이론 진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시경 선생의 육필본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세종대왕기념관에서 15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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