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T紙 "아테네 外港 보안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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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테네 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발생한 폭탄테러로 올림픽 보안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아테네 인근 피래우스항(港)이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하고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들이 이 항구를 통해 잠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허술한 피래우스=아테네의 외항(外港)인 피래우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다. 인접국인 터키를 포함해 하루에도 수천명의 외국인들이 이 항구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 항구에서 극히 형식적인 여권검사를 거치고 있다. 피래우스를 둘러본 유럽의 보안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여권 검색대에서 여권만 제시하면 간단히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VIP 위주의 보안체계=올림픽 보안체계가 지나치게 외국의 고위인사(VIP) 중심으로 짜인 것도 문제다.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는 올림픽 기간 중 아테네를 방문할 전 세계 100여국의 VIP용 숙소로 퀸메리호를 비롯해 12척의 호화 유람선을 확보해 놓고 있다. 1만3000명에 달하는 국가원수.각료.유명인사들이 묵을 이 유람선들 근처에는 수백대의 감시 카메라는 물론 곳곳에 최첨단 금속 탐지기가 설치돼 있고, 이스라엘제 초계정도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이 밀입국 통로로 사용할 수 있는 피래우스와 인근 항구에는 변변한 경비정 한 척 배치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치안 확보를 위해 막대한 예산(12억달러)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보안이 필요한 곳에는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진화에 나선 조직위=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5일 폭발사건 직후 "이번 사건은 올림픽과는 관계 없다"며 조기진화에 나섰다. 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바코야니스 아테네 시장도 "경비병력을 최대로 투입할 계획이며 대테러 노하우를 가진 7개국과도 협조하고 있다"면서 보안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폭발사건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농구 대표팀 12명 중 6명이 아테네 보안상황을 우려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0일 현장 조사단을 아테네에 파견해 올림픽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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