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영국서 어린이 體罰논쟁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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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엄격한 예절교육으로 유명한 영국 가정에는 「비누 물리기」라는벌이 있다.
말 안듣는 아이들에게 몇시간씩 비누를 물고 서 있게 하는 것인데 침에 녹은 비누에서 매운 거품이 일어나 목과 콧속이 온통비누거품 범벅으로 되는 매우 혹독한(?) 체벌이다.
또 영국이 자랑하는 명문 기숙학교에서는 지금도 대대로 전해오는 반질반질한 몽둥이가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도 이같은 체벌이 어린이에 대한 인권유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세의 한 소년이 의붓아버지에게 나무 몽둥이로 허벅지등을 심하게 맞아 치료를 받게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체벌을 허용하는 영국법은 어린이에 대한 인권유린 소지가 있다는게 요지다.
물론 이 소년이 맞은 이유는 친구를 칼로 위협했기 때문이어서과연 아버지의 벌이 가혹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유럽재판소는 일단 이 소년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럽재판소는 지난 9일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다.
물론 최종판결은 앞으로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국정치인들의 반응이다.
메이저 총리는 즉시 『체벌을 인정하는 법을 절대 개정치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집 아이들은 나와 아내가 판단해서 가장 「적절한」방법으로 교육되고 있으며 다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다른 중진들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고 모든 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보도했다.그만큼 엄격한 교육의 필요성이 중대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물론 체벌이 교육상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과보호로 자녀들을 망치는 우리네 부모들이라면 한번쯤 새겨볼만한 대목이라고 느껴졌다.
남정호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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