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골다공증에 홍화씨가 좋다던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노랗게 피어나 빨갛게 지는 홍화(紅花·safflower)의 별칭은 ‘잇꽃’ ‘잇나물’이다. 몸에 이롭다는 이유에서다. 가을이 제철인 홍화는 쓸 데가 많은 식물이다. 꽃의 붉은색 색소(홍소)는 전통 혼례 때 신부의 얼굴에 바르는 연지의 원료다. 잎은 대개 나물로 먹는데 칼슘·칼륨·비타민 C가 풍부하다. 꽃과 씨는 약재로 쓴다. 씨로는 식용유도 만든다.

◆씨가 골밀도 높인다=뼈에 금이 가거나 골절을 입은 사람에게 한방에선 홍화씨를 권장한다. 뼈 건강에 필수인 칼슘이 100g당 78㎎ 들어 있다. 홍화씨가 골밀도를 높인다는 것은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부산대 구강생물공학연구소는 골다공증·골감소증 환자에게 홍화씨 추출물을 매일 90∼120㎎씩 1년간 제공했다. 3개월이 지나자 환자의 골밀도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투여 1년 뒤엔 골밀도가 31%까지 증가했다. 홍화씨가 골다공증·골절 치료에 널리 사용된 것은 민간의학자인 인산 김일훈 선생의 저서 『신약(神藥)』에 언급되면서부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침구과 우현수 교수는 “홍화씨를 먹으면 신(腎)기능이 강해져 뼈가 튼튼해진다”며 “볶아서 가루낸 홍화씨를 성인은 하루 4회(시럽용 숟갈로 한번에 1숟갈), 어린이는 2회가량 먹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퇴행성 관절염·허리 디스크· 만성 견비통 환자의 침자리(경혈)에 직접 홍화씨 추출물을 주사하는 약침요법 시술이 늘고 있다(경희의료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 풍부=홍화씨의 지방 함량은 25∼37%.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8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홍화씨엔 리놀레산(불포화지방의 일종)이 많이 들어 있다”며 “이 지방은 인체에서 합성이 안 돼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이라고 소개했다. 홍화씨의 리놀레산은 CLA(공액 리놀레산)의 제조 원료로 쓰인다. CLA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체지방을 줄여주는 건강기능 성분으로 인정받았지만 리놀레산은 체지방과는 무관하다.

한방에서 꽃(홍화)은 어혈(瘀血)·생리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주로 처방된다. 광동한방병원 아인앤맘센터 최우정 원장은 “산후에 어혈로 인한 복통·관절통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나 “임산부나 생리량이 지나치게 많은 여성에겐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임신한 쥐에게 꽃을 먹였더니 일부가 유산했다. 파혈(破血)의 결과로 여겨진다.

◆홍화씨 섭취법=홍화씨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껍질째 먹기는 쉽지 않다. 껍질이 꽤 딱딱해서다. 가정에서 가루 내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대개는 볶거나 기름을 내 먹는다. 홍화씨로 차를 끓여 마시거나 홍화씨가 든 건강기능식품, 홍화씨를 원료로 해서 만든 기능성 차제품(‘티다이어리-홍화씨의 단단한 일기’ 등 출시)을 사서 먹는 것도 방법이다.

홍화씨의 이런 ‘웰빙 효과’가 알려지면서 중국산 등 수입 홍화씨도 많이 들어왔다. 물에 담갔을 때 뜨면 국산, 가라앉으면 수입산이란 간단한 공식이 있긴 하나 절대적인 잣대는 못 된다. 대체로 씨알이 작으면 국산, 굵으면 수입산일 확률이 높다. 홍화씨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용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지방이 산패할 수 있다.

홍화씨에도 ‘티’는 있다. 일부 복용자에겐 소화장애·변비가 생길 수 있다. 분당차병원 한방과 김수진 교수는 “홍화와 홍화씨는 임신부, 습관성 유산 위험이 있는 여성에겐 금기 식품”이며 “빈혈이 있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여성, 맥이 약한 노인도 주의해 쓸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출혈이 잦거나 와파린(항응고제)·아스피린을 장복하는 사람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홍화씨유는 신선도가 중요=홍화씨유는 식물성 식용유의 일종이다. 여느 식용유와 마찬가지로 전체 함량의 거의 100%가 지방이다. 그런데도 ‘웰빙 식용유’로 분류된다. 홍화씨유의 75%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어서다. 또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도 제법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선한 기름일 때의 얘기다. 부산동의대 식품영양학과 최성희 교수는 “홍화씨유를 장기간 보관해 지방이 산패되면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열량이 높다는 것도 약점이다. 아무리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라도 1g당 9㎉의 열량을 낸다는 것은 포화지방과 다를 바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