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가출소녀 淪落지옥 폭로-손님8명 치러야 하루 밥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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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옥이었어요.거긴 괴물들만 살고 괴물들만 드나들었어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계 사무실.얼핏 보기에 꿈많고 발랄한 10대로만 보이는 8명의 소녀 틈에서 초췌한 얼굴의 李모(16.충북 Y상고1년중퇴)양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무작정 가출했다가 서울강동구천호동 속칭 「텍사스촌」으로 흘러든 이들에겐 윤락녀라는 멍에가 지워져 있었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1백여평이 넘는 집에서 살던 李양이 천호동 한평 남짓한 골방에서 사실상 감금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3일. 7월 가출해 친구집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던 李양은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또래의 S양으로부터 『서울에선 월1백만~2백만원 버는게 쉽다』는 꾐에 빠져 천호동을 찾았다.
『레스토랑이 아닌 윤락가였어요.나오려고 했으나 그 친구가 하룻밤 자고가자고 해 잤습니다.다음날부터 친구는 보이지 않았어요.그날부터 손님을 받게 된 거예요.밥값을 해야한다면서….』 경찰 조사결과 S양도 친구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다가 李양을 소개해주고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첫날 이모(업주)가 「이름은 이진아.나이는 스무살,77년 뱀띠」라며 외우라고 했어요.』 이때부터 李양은 하루 8명이상의손님을 받아야 했다.
『8명을 상대하면 하루 밥값이고 9명째부터 손님 한사람당 1만2천원씩 우리에게 떨어졌어요.그러나 지금까지 45명정도 손님을 받았지만 돈은 한푼도 못받았습니다.』 李양은 8명을 채우지못하면 잠도 못자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손님에게 퇴짜를 맞을 경우(이들은 「진상」이라고 불렀다)손님의 화대까지 모두 물어내야 했다.
李양은 『진상당하지 않으려고 온갖 짓을 다 했고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1인당 30분만 지나면 따로 6만원을 물어내야했다』고 말했다.이들은 천호동에 들어온 이후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없었다.감시가 철저했기 때문이다.
『그 곳엔 한평 남짓한 방이 14개가 있었어요.때론 삼촌(업주 남편)이 우리들 방을 들락거리기도 했습니다.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온갖 짓을 다했어요.』 단속의손길은 미치지 못했다는게 李양의 폭로다.
『단속 나오면 이모가 먼저 알아요.문닫고 조명 끄고나면 단속반 사람들이 골목만 슬쩍 훑어보고는 그냥 돌아갔어요.』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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