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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도‘한류’… 일본 의사들 한국 따라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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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라면 일본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치과 얘기가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요즘 일본 치과의사들 사이엔 한국 배우기 열기가 뜨겁다. 한국 치과의사들이 강연하는 세미나엔 일본 의사들이 넘쳐나고, 병원엔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접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일본 의료계에서도 치과를 선두로 한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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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기 열풍=지난달 말 방문한 오사카 요우키 덴탈 클리닉의 원장 사무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요우키 세이지 원장은 한국어 서비스 매뉴얼을 보여주며 “지난해 한국에서 가져왔는데 사무실에 걸어두고 매일 되새긴다”고 말했다. 그는 햇살이 가장 환하게 들어오는 방에 VIP실을 따로 만들고, 신규 환자를 위한 코디네이터도 고용했다. 의사와 간호사 프로필을 담은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모두 한국에서 배워온 것이다. 그는 “환자의 만족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더불어 수입도 확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치과 전문 월간지 ‘아폴로니아 21’ 9월호는 창간 이래 가장 많이 팔렸다. 한국 특집으로 꾸민 덕분이다. 이 잡지 미즈타니 아사쿠 편집장은 “한국 치과를 벤치마킹한 나카니시 치과 사례를 심층 분석한 기사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을 찾거나 한국 의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예치과는 오사카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참가비만 30만원이었지만 200여 명의 일본 의사가 몰렸다.  

◆프리미엄 시장 개척이 비결=한국의 치과가 일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것은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사업 모델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치과들은 대부분 구멍가게 수준이다. 치과 의사 공급은 넘치고, 보험 환자들만 상대하다 보니 생긴 결과다. 갈수록 수입도 줄고 인기도 떨어지고 있다. 일본 치과대학의 커트라인이 이공계에서 최하위권일 정도다.

사정이 비슷했던 한국 치과들은 1990년대 이후 프리미엄 진료 시장 개척으로 승부를 걸었다. 치열 교정과 임플란트, 항노화(抗老化) 치료 등 과거엔 생소했던 진료를 대중화했다. 진료비가 조금 비싸도 좋은 서비스와 높은 진료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을 겨냥한 노림수가 성공한 것이다. 한국구강보건의료연구원 조사 결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미엄 진료 시장 규모는 2000년 1조5000억원에서 2005년에는 2조9300억원으로 커졌다. 네트워크 경영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운 것도 한몫했다. 병원에 가는 게 치료가 아닌 소비가 된 셈이다. 오사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예치과 박인출 원장은 프리미엄 진료를 벤츠 구입에 비교했다. “품위를 소비하기 위해 벤츠를 타는 사람이라면 항노화 치료로 10년 젊어지기 위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의료 관광으로 발전= ‘아폴로니아21’의 미즈타니 편집장은 “임플란트나 미백·항노화 치료의 경우 한국 의사들의 임상 경험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진료비도 여전히 한국이 싼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한국의 진료비가 100이라면 일본은 149, 중국 167, 미국 338로 나타났다.

싸고 의술도 좋고 서비스까지 앞서니 일본 환자들이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는 의료 관광으로 이어졌다. 강남 예치과의 일본 환자 담당 코디네이터 다카하라 요코는 “1주일간 호텔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관광까지 하는 데 1500만원가량 들지만 일주일에 3~4명의 일본 환자가 꾸준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서비스와 의료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의료계가 외부에서 자본을 수혈받을 수 있는 영리법인화를 절실히 요구하는 이유다.

최현철 기자

▒바로잡습니다▒

“일본 치과대학의 커트라인이 이공계에서 최하위권”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습니다. 치과대학의 커트라인은 대학별로 차이가 크며, 최하위권 학생들이 응시하는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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