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인간승리" 장애인선수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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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태릉선수촌의 서킷 트레이닝장은 세계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체력단련의 산실이자 지옥훈련의 현장이다.
세계 톱 클라스인 우리 여자핸드볼팀의 훈련광경을 지난 7월 KBS-TV가 방영했을때 국민들은 이 서킷 트레이닝장의 처절한「울부짖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36개 코스를 세차례나 반복하는 비정의 기초체력훈련에서부터 탈진상태에 이르기 까지 선수들은이를 악물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 몸부림치고 있었다.그 모습은 올림픽의 화려한 무대에서 각광받는 선수들의 그 늠름한 모습뒤에 피땀으로 점철된 기나긴 고통의 터널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었다.또 그것은 그들의 성취를 더욱 돋보이게 했으며만인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그 고통의 질과 양을 같은 저울대 위에 올려놓을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는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인간정신의 승리를 구가해도 무방하다.그들은 참가과정에서 모든 것을 극복했기 때 문이다. 지난 26일 폐막된 제10회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은 1백17개국 3천3백여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한국은 금메달 13,은메달 2,동메달 15개로 바르셀로나때와 같은 종합 12위를기록했다.3천명이 넘는 선수들은 척추든,시각이든,뇌성마 비든간에 「장애」라는 커다란 벽을 뛰어넘은 집념과 투지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승자의 대열에 서도 무방하다.무관심 탓인지는 몰라도올림픽예산(17억달러)의 5%인 8천9백만달러(정부보조 3천5백만달러)가 이 대회의 젖줄이었으며 TV방 영권은 물론 후원기업도 자취를 감춰 본대회와는 좋은 대조를 이뤘다.
대회규모의 공룡화,지나친 메달경쟁및 상업주의 팽배로 올림픽이념의 손상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문득 쿠베르탱이 지향하던 올림픽의 참모습이 어쩌면 파랄림픽에 온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또하나 놀라운 것은 육상의 8백.1천5백.5천.1만.마라톤에서는 장애인대회 휠체어선수의 기록이 앞서고2백.4백만이 올림픽기록이 앞선다는 사실이다.8백이상이면 휠체어에 가속이 붙기 때문인데 가령 남자 8백는 1분40초63(세계기록 1분41초71),여자 1천5 백는 3분45초23(3분50초46),남자 5천는 11분10초41(12분58초39),남자마라톤은 1시간30분15초(2시간06분50초)등이다.물론 단순비교는 할수 없지만 휠체어부문의 기록은 의외로 빠르다.
로마.도쿄등 올림픽마라톤을 2연패한 비킬라 아베베선수는 자동차사고로 휠체어신세를 지게됐다.그러나 4개월후 그는 영국에서 열린 파랄림픽에 양궁선수로 출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그는 다음대회에는 탁구선수로 출전했고 노르웨이에서 열린 장애인의 개썰매레이스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는등 평생 현역선수로 일관했다.아베베의 불굴의 투혼은 만인의 귀감이 되고도 남지만 그는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에게는 용기를,메달 하나로 20대에 훌쩍 은퇴해버리는 경박한 후배들에게는 인생의 신산 (辛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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