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살리기>춘양목 어떤 나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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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무로 우리 삶의 곳곳에 「소나무 문화」가 녹아있을 정도로 친밀해 「민족수」라 불리기도 한다. 이중에서도 경북울진군서면소광리 소나무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매우 울창해 남한의 대표적인 소나무 숲이라는데 이견이 별로 없다.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위치한 양백지방(경북 북부와 강원지역)은 예부터 질좋은 소나무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봉화 인근의 춘양역은 이 지역 소나무의집산지로 유명했고 철로를 따라 전국 각지로 운송 됐다.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제 이름인 금강송(金剛松)이나 강송(剛松)이 아닌 춘양목으로 더 알려져 있다.줄기가 곧고 재질도 우수한 강송은 몸통속이 누런색을 띤 치밀한 재질을가져 옛날부터 명성이 높았다.
봉화.울진.청송을 포함한 경북 북부의 소나무가 좋다고 알려진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최근 이 지역 소나무를 조선왕실에서도 중시한 증거가 발견된 사실에서 입증되기도 했다.양질의 소나무 숲에 대한 무분별한 벌채를 막아왔던 것이 다.조선시대에는 왕족이 죽으면 몸통 속부분이 누런색을 띠고 재질이 좋은 울진 소나무를 관곽재로 사용했다.
양백지방의 금강 소나무는 그 명성을 나라밖에서도 떨치고 있다.일본 나라(奈良)의 법륭사 영보관에 안치되어 있는 반가사유상은 이 땅의 소나무로 만든 관음보살상이다.일본의 국보 1호인 이 반가상은 경주 남산의 선방골에서 출토된 우리의 국보 제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흡사하기 때문에 신라에서 제작되어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를 뒷받침하듯 봉화를 위시한 경북 북부지방에서 금동및 석조 반가사유상이 적잖게 출토되고 있다.
다행히 소광리 소나무의 귀중한 가치를 인정한 정부가 이곳 소나무 숲을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보호.관리하고 있다.앞으로 잘 가꾸고 지킬 경우 외국의 어느 곳 못지않게 훌륭한 숲이 될 수 있는 소광리 소나무 원시림은 우 리 모두가 지켜야할 귀중한 자연자원이다.
전영우 국민대교수.산림자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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