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억류포로 국가는 뭘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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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때 북한 억류 국군포로 수천명이 아직도 강제노역 등을하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귀순자의 증언은 충격적이다.이들은 40년이 넘게 외부접촉이 금지된채 탄광갱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된 노동과 인간이하의 생활속에서 죽어갔다는 소식은 우리를 부끄럽고 참담하게 만든다.특히 그들의 자식들까지 대를 이어 감시속에서 강제노동으로 혹사당하고 있으며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간절하게 한국송환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다.더욱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군인의 생명과 안위에 대한 국가의 배려와 책임은 말할 나위 없다.때문에 미국에서는 전쟁중 실종자에 대해서는 몇십년을 추적,백골이라도 수습해 그 영혼과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국가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지금도베트남전쟁 실종미군을 찾기 위해 많은 경비를 들이고 있고,미군전사자의 시체를 찾기 위해 북한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한심할 정도로 무심하고 무책임했다.
전쟁이 끝난지 40년이 넘도록 누가 언제 어느 수용소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기초자료는 고사하고 포로및 실종자의 정확한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포로 얘기는 전쟁직 후 잠시일뿐 언젠가 모든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렸다.이런 국가와 국민이라면 누가 과연 생명을 바쳐 나라를 지키려 하겠는가.
정부는 당장 정확한 실태조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협약에 따라 북한에 요구할 것은 강하고 꾸준하게요구하고,국제적십자사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인권문제로 호소해야한다.그것은 국가의 너무나 당연한 의무이자 책 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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