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밴쿠버학회보고서>上.병합요법 에이즈 증식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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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는 하나,희망도 하나(One World,One Hope)」라는 구호를 내건 제11차 세계에이즈학회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난 7일부터 5일간 열렸다.세계각지의 의학자.간호사.정책입안자.사회사업가들은 물론 에이즈 감염자.환자등 1만5천여명이참가한 이번 학회에 본지는 황세희전문기자를 파견했었다.이번 학회에서 대두된 새로운 내용들을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註]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에이즈환자는 7백70만명,환자를 포함한 감염자는 약 2천2백만명에 이른다. 에이즈학회는 여느 의학학술대회와 달리 환자들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둔다.
이번 학회 초미의 관심사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과 적용.특히 87년 최초로 공인된 에이즈 치료제인 AZT의 등장후 답보상태를 걷던 에이즈치료에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라는 새로운 치료제개발이 에이즈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능한 질병으로 만들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심어준 대회였다.
뉴욕의대 슈티그벨 로이교수의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 임상실험결과 발표후의 토론시간.『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환자입니다.교육을많이 받은 나도 못알아듣는 고빌리루빈혈증등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발표하거나 추가 설명 을 해주세요』(여.26).
환자라는 사실을 이웃은 물론 가족에게도 숨기는 일이 대부분인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에이즈 감염자들의 발표자에 대한질문 장면이다.이번 학회를 계기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합의된 치료법은 기존의 에이즈치료제와 새로 개발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함께 쓰는 병합요법.(그림 참조).세가지 이상의약제를 동시 투여해 일명 칵테일 치료법으로 불리는 병합요법이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밝혀졌다. 에이즈치료에 병합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에이즈바이러스의 너무나 빠른 돌연변이 속성 때문.즉 한가지 치료약을 투여하면 재빨리 돌연변이를 일으켜 치료약에 대한 내성을 갖게돼 약효가 없어지는 것이다.반면 생화학적 작용기전이 다른 여러 약 제를 동시에 장기간 투여하면 에이즈 바이러스가 이에 대응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어려워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폴 볼버딩박사는『병합치료후 현재까지 측정할 수 있는 검사방법으로는 혈중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할수 없었다』고 밝혔다.문제는 이같은 치료법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가 1년을 넘지않은 단기간이라는 점과 장기간 여러 약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른다는 점이다.
이밖에 감염자의 질병 진행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감염된 바이러스의 양(量)이라는 사실도 이번 학회를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의됐다.
즉 수혈등을 통해 다량의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와 환자가 사용하던 바늘에 살짝 찔려 적은 양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는 질병 경과가 다르며 따라서 치료방침도 달라야 한다는것이다.그러나 에이즈 치료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 은 역시 돈문제라는 것도 다시 한번 지적됐다.병합요법치료를 받으려면 연간 1천만원 정도가 소요돼 제3세계를 비롯한 많은 에이즈 환자에게는 꿈같은 얘기일 수밖에 없다.
밴쿠버=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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