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제도 개편 앞두고 버려야할 官治증시 '3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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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증시의 대변혁이 시작되고 있다.지난 13일 발표된 증권제도 개편안을 시발로 증시가 40여년만에 전면 수술대에 올랐다.이 대수술이 끝나면 국내 자본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 판」이 벌어진다.그만큼 개편내용이 획기적이고 엄청 난 파장을 몰고올 것들이다.「한국판 빅뱅」이니 「증시혁명」이란 말도 등장한다. 이번 증시개혁이 추구하는 정신은 「자율」이다.그간 고질화됐던 「관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장의 본래기능을 되살리겠다는 것이 개혁의 요체다.다시 말해 개입과 간여를 일삼으며 증시를 주물러왔던 정부는 뒤로 물러앉아 규칙만 정하고 그 규칙이 준수되는가를 지켜보는 심판관으로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증시자율화 시도는 여러번 있었으나 하나같이 수포로 돌아갔다.무엇보다 정부의 자율화 의지가 허약했던 탓이다.
이 때문에 이번 개혁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않다.이에 대해 장수만(張秀萬)재정경제원 증권제 도 담당관은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이에 따른 금융.
자본시장의 완전개방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증시자율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당위다』고 말했다.
증시개혁이 성공한다는 가정 아래 예상될 수 있는 변화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주가의 자율리듬 회복이다.과열이니 침체니 하는 상황을 정부가 판단해 증권.투신사등을 주식매입에 「동원」하는 등의 파행적 주가관리는 최소한 없어질 것 이란 얘기다.주가가 제도개편 발표 직후 한동안 곤두박질친 것도 정부개입의기대가 무너진데 따른 일시적 충격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공모주청약예금 폐지는 투자자들의 「공짜점심」심리를 사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공모가를 시가보다 인위적으로 낮춘 이 기형적인 상품으로 말미암아 투자자들은 『주식은 무조건 남는 것』이란 그릇된 환상을 갖게 되고 공모주청약 때만 되면 자금이탈로 증시가 몸살을 겪었었다.
상장사를 포함한 기업들도 증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너나할것없이 증시자금을 「공돈」으로 인식하며 마구 끌어다 쓰는 경향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돈줄 잡기가 녹녹치 않게 됐다.『앞으로 증시엔 알짜기업만 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은행등으로 돈줄을 돌리는 선진국형 자금조달 관행이 자리잡게 될것으로 보인다』(崔運烈 증권경제연구원장).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타율에 젖어 있던 만큼자율화의 비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선진증시로 가는 길에서 여러 시행착오와 진통을 겪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개혁의 성패는 정부.투자자.기업등 시장참여자들이 과도기적 진통을 참아내고 자율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얼마나 빨리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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