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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쇼크에 한국이 가장 큰 타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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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은 컸다. 16일은 말 그대로 ‘검은 화요일’이었다. 코스피지수는 90.17포인트(6.1%) 떨어져 연중 최저치인 1387.75로 밀렸다. 역대 세 번째 하락폭이었다. 코스닥지수도 37.62포인트(8.1%)나 빠져 429.29로 주저앉았다.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하루 새 시가총액이 51조원 넘게 사라졌다. 외환시장에서도 비명이 터져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50.9원이나 오르며 1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폭이 50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보유 달러를 시장에 풀었지만 급등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받은 타격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컸다. 리먼브러더스 관계사들에 4조 엔(약 40조원)이나 물려 비상이 걸린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도 4.95% 하락했을 뿐이다. 밖에서 ‘일’만 터지면 한국이 가장 큰 충격에 휩싸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인수됐을 때도 코스피지수는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 31.9원이나 뛰어올랐다.

왜 우리 시장은 외부에서 파동이 밀려올 때마다 이토록 심하게 휘청거릴까.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중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시장의 특성이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지금 세계는 신용경색으로 돈줄이 말라 있다. 세계의 자금 공급원이었던 미국계 금융회사들이 이제는 돈을 거둬들이는 블랙홀로 변했다. 외국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증시만큼 어렵지 않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병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환시장까지 요동을 치다 보니 환차익도 볼 수 있어 외국계의 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의 공포를 겪은 탓일까, 국내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도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득달같이 주식을 판다. 자연 작은 충격도 큰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원장은 “우리 경제는 쏠림 현상이 심해 위기 상황에서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 조각 근거도 없는 ‘9월 괴담설’에 시장이 요동친 것도 한국인의 이런 ‘IMF 증후군’ 요인이 컸다. 투자자들이 과거 공포에 매여 한 방향으로 쏠릴 때는 정부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잘 먹혀 들지 않는다.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그 바닥에 깔려 있다. 신뢰를 높여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불과 며칠 전 “‘9월 위기설’이 진짜가 아니란 것을 입증하겠다”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섰다가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며 스스로 접은 것도 그런 사례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남들은 버텨내는 충격을 우리 스스로 위기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이 흥분하지 말고 상황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렬·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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