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화호의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화호(始華湖)의 썩은 물을 서해로 방류하려던 정부계획이 환경단체와 연안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됐다.주변 공단의 산업폐수가 흘러들어 죽은 호수로 변한 시화호의 갱생(更生)대책도 이로써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이쯤되면 시화호오염사건은 우리나라 환경보전시책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94년 1월 11㎞의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모습을 드러낸 이 국내 최대의 담수호는 준공과 동시에 오염시비에 휘말렸다.부근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의 산업폐수를 정화할 종말처리장 건설없이 담수호부터 완성했기 때문이다.지금 이 호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공업용수 3급 수준인 10을 넘고 있다.공업용수나 농업용수 어느 것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물이다.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지금 돌이켜 보면 허황되기 짝이 없는 구상만 앞세우고 수질오염을 막을 사전대비책을 소홀히 한 것은 곧 정부 자신의 환경무능력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시공관청이나 관리기구를 나무랄 이유가 하나 도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날이 썩어가는 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다.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상태로 연안환경(沿岸環境)을 유지하면서 시화호를 살리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정부 구상대로 일거에 8천만의 물을 빼내는 것은 바다를 죽이고 연안 어장을 황폐하게 만들기 쉽다.
종말폐수처리장을 건설해 연안 방류수의 수질기준을 높이면 이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으나 그것을 건설하기까지의 기간을어떻게 견디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등장한다.파이프를 설치,심해저로 방류하는 방법도 있으나 방류기간과 오염정도 에 따라 바다의 자정(自淨)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다.우리는 모든 환경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단시일안에 찾아낼 것을 촉구한다.
이 순간에도 김포매립지의 침출수는 서해로 흘러들고 있고,소양호.팔당호 등 수원지의 오염은 악화일로다.시화호에서 실패한 수질오염 방지대책은 다른 어느 수원지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정말정신차려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