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푸틴, 유럽에 으름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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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17면

포격이 오가는 그루지야의 전쟁은 그쳤지만 저강도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흑해엔 전운이 감돈다. 흑해에는 지금 미국·독일·터키·폴란드·스페인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소속 전함 10척이 들어와 있고 8척이 추가 배치된다. 구실은 구호물자 수송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전함으로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는 것이 일상적인 관행은 아니다. 직접 대결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적으로 말했다. 그루지야 서부 해안에 배치돼 있던 러시아 함대는 모두 세바스토폴 기지(우크라이나 영토)로 철수했지만 여전히 흑해 안에서 포신을 닦고 있다. ‘곧 터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터질 것 같은 긴장’이 흐른다.

자극적인 불꽃도 튄다. 에두아르드 발틴 전 러시아 해군제독은 “탄도미사일 순양함에서 한 차례 미사일 공격을 하거나, 2~3척의 전함이 공격하면 20분 안에 흑해가 깨끗해진다”고 했다.

최대 위협 발언은 푸틴 총리가 직접 했다. 유럽연합이 정상회담을 열고 그루지야 문제를 논의하기 전인 29일 그는 독일 ARD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험하게 말했다. 가스와 석유 공급의 목줄을 러시아에 잡혀 있는 유럽에 이 말은 심각한 위협이다. 푸틴은 또 “미국 군사고문들이 그루지야 사태에 개입돼 있다. 백악관은 공화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위해 위기를 선동한다”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이번 전쟁에서 축구공 신세가 된 그루지야도 29일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러시아 외무부의 안드레이 네스테렌코 대변인은 “선택했으면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쏴붙였다. 후유증이 마구 번지는 양상인 것이다.

반러 진영의 맹주인 미국도 움직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러시아와 진행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와 핵무기 감축 협상 중단을 고려한다”고 보도했다. 핵확산을 위한 미·러 협력 분야 논의에도 중단 신호가 있다는 것이다. 서방에 반항하는 러시아와의 관계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뜻이 담긴 협박이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는 그루지야 문제로 고립될 수 없고, 서방의 어떤 제재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할 대로 해 보라’며 서방에 내던진 이 메시지는 저강도 전쟁이 오래 갈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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