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미국 부모는 문화예술 체험으로 자녀 창의력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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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려면 다른 시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며 생각을 나눠야 해요.”

메리 칠린스키(56·사진) 3M 미국 본사 특별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14~17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제7회 3M 청소년 사이언스 캠프’에서 ‘찾아가는 과학마법사(Visiting Wizard)’ 교실을 진행했다. 과학마법사는 3M이 1985년부터 시작한 어린이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 3M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찾아가 실험실습 위주의 과학체험 교육을 진행한다. ‘찾아가는 과학마법사’ 프로그램을 만든 칠린스키는 35년 동안 3M 미국 본사에서 디자인 및 연구개발 엔지니어 등으로 근무했다.

-3M은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하나.

“‘15%룰(rule)’이 있다. 근무시간의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쓰는 제도다.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나거나 개인적인 연구를 진행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도 학교 밖 과외활동을 통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경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프로젝트가 실현·가능하면 연구비를 지원하는 ‘발상과 발견’,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테크 포럼’, 자유 낙서·토론 공간인 ‘이노베이션 스페이스’ 등이 있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나.

“박물관·음악회·체험캠프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또래 아이와 교류하면서 협동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시킨다. 스포츠도 그중 하나다. 창의적인 생각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자녀가 여행·견학을 할 때 느낌을 적고,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는 스크랩북을 만들게 하면 좋다. ‘왜 그럴까?’ ‘무엇이 예상되니?’라고 질문해 자녀의 시각에서 대답을 이끌어내고 흥미를 북돋워야 한다. 아이에게 어른의 시각을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눈으로 문제를 발견토록 도와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종이박스는 어른은 버리지만 아이에겐 우주선·자동차·동굴 등 상상의 장난감이 된다. ‘하지마’라고 말하는 대신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며 함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가르쳤나.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실험적인 요리를 만들며 즐겼다. 딸 에이미가 어릴 때 드라이버 사용법을 배우더니 주변의 모든 물건을 분해했다. 심지어 자동차 스피커까지. 호기심을 키우도록 하기 위해 그냥 놔뒀다. 해변에 놀러갔다가 조개껍질에 관심을 갖기에 조개를 수집해 종별로 분류하고 생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학교의 과학 프로젝트로 낸 적도 있다. 책벌레인 손자는 과학캠프에 자주 보냈더니 올해는 로봇의 진화를 주제로 한 과학캠프에 빠져 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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