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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암 가능성에 대비 암유전자 찾기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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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체인 스모커였던 처칠과 러셀이 폐암은 커녕 90세를 넘어 장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최대의 건강공적 암도 결국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음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반문이다.
암체질론의 시초는 혈액형에서 비롯됐다.A형이 다른 혈액형보다20%정도 위암발생률이 높다는 것.
그러나 오늘날 현대의학은 암유전자를 가장 강력한 주범으로 꼽고 있다.실제 미국에선 암유전자 여부를 알아내 장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암에 미리 대비하자는 암유전자 찾기 붐이 일고 있다. 방광암으로 사망한 휴버트 험프리 전 미국부통령의 혈액에서 암유전자 p53이 발견됐는가 하면 모친이 췌장암으로 사망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암유전자 검색을 위한 등록을 마쳤다.이미 20만명의 미국인들이 암유 전자 양성으로 판정,잠재적 암환자로 분류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소재 국립유전성암연구소의 추적관리를 받고 있으며 상업적으로 암유전자 검사를 대행해주는 회사도 성업중이다.지금까지 밝혀진 암유전자는 10여종.이중 가장 활발한 검사가 이뤄지 고 있는 것은 94년유타의대팀이 찾아낸 유방암유전자 BRCA다.
BRCA는 미국여성 2백명 가운데 1명꼴로 양성이며,이들의 85%가 유방암에 걸리게 된다는 것.따라서 BRCA 양성판정을받은 여성은 유방암 조기발견을 위해 유방엑스선 촬영과 초음파검사등 유방검진을 6개월 단위로 엄격하게 받도록 권장되고 있다.
그동안 암유전자가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폐암관련 유전물질도 최근 보고됐다.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는담배나 대기오염보다 유전물질의 일종인 PAH-DNA가 오히려 폐암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미 컬럼비아대 보건대학원 프레드리카 페레라 교수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혈중 PAH-DNA농도가 높을수록 폐암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자신의 암유전자 유무를 미리 아는 것이 그리유쾌한 일은 못된다.
언제 암이 생길지 가슴 졸이며 살아야하기 때문이다.물론 암유전자 양성자는 음성자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야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소비자단체지 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미국사회에서 일고 있는 암유전자 찾기 붐이 흡연.대기오염등 발암환경의 개선이란 본질적 문제보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의 색출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대장암.유방암.난소암유전자를혈액검사를 통해 무료로 검사해주고 있으며 한양대병원에서도 최근폐암 유전자 발견에 성공한바 있다.
다만 대장암은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박재갑(朴在甲)교수,유방암은 일반외과 노동영(盧東榮)교수,난소암은 산부인과 강순범(姜淳範)교수의 진찰을 거쳐 암의 가족력과 대물림을 미리 검증받아야한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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