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흔들리는 서비스업 <상> “장사해 봤자 적자” 상반기 음식점 12만 곳 휴·폐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불황으로 새로 점포를 내려는 상인이 줄어들면서 리모델링 작업을 끝내고 봄부터 분양을 시작한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 내부가 많이 비어 있다. [김성룡 기자]

한 유명 해산물 주점 프랜차이즈의 전국 70여 가맹점주들은 지난 6월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한때 모범업체라고 정부 포상까지 받은 이 프랜차이즈 서울 본사가 적자 누적을 견디다 못해 문을 걸어 잠그고 사장이 잠적해 버린 것이다. 재료를 뿌려 주던 본사가 사라지자 일부 업주는 발 빠르게 자체 물류망을 개척해 식자재를 조달했다. 하지만 많은 점포가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서울 강북의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망했다고 소문이 나면 장사가 안 될 게 뻔해 드러내놓고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생도 못 써=생계형 서비스 자영업이 흔들리고 있다. 한계 업소에 이어 잘나가던 업체들마저 무너지자 위기감이 증폭된다. 2000년대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 한식 전문 체인점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회사 마케팅 담당자는 “올 초만 해도 창업설명회에 20여 명 정도 왔는데 5월부터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전했다. 서울 면목동에서 양념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더 이상 쓰지 못하고 직접 오토바이를 몬다. “식재료 값이 올랐지만 치킨 값을 올리면 손님이 줄 게 뻔하다.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전국 소자영업자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긴급 경기 동향 설문조사’를 보면 68%가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답했다. 매출은 평균 31% 줄었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올 상반기 폐업 음식점을 3만609곳, 휴업 음식점을 8만9144곳이라고 집계했다. 전국 13만 개 수퍼마켓 중 2만5000개를 회원사로 둔 수퍼마켓조합연합회는 “한 달에 회원 업체가 400개씩 줄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은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3만6000명(0.6%) 감소했다. 이런 영향으로 서비스업의 취업자 증가율은 3월 이후 매달 2%를 밑돈다. 3년래 가장 낮은 비율이다. 기획재정부는 ‘도소매·음식숙박업 고용 부진이 전체 산업의 고용 수준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6월 취업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14만7000명(0.6%) 증가에 그쳤다. 2005년 2월 이래 최악이다. 7월에도 15만3000명 늘어 지난해 절반에 그쳤다.

◇고용 효자의 추락=인터넷PC방에 게임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C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자 지난달 사장이 해외로 달아났다. 5월부터 매출이 급감하자 ‘불경기일수록 마케팅을 더해야 한다’며 돈을 더 썼지만 경영이 호전되지 않았다고 이 회사를 다녔던 이모(37)씨는 전했다. 이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제공받던 PC방들은 상당수 문을 닫았다.

이런 생계형 영세 자영업뿐만 아니라 회사의 골격을 갖춘 사업서비스 업체들마저 고전하고 있다. 사업서비스는 연구개발(R&D)처럼 다른 업체의 업무를 지원하는 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인력 파견·장비 임대·법률 자문·회계·광고 등이 이에 속한다. 서비스업종별 생산지수에서 사업서비스업은 지난해 말 164를 기록해 다른 서비스업종보다 높았다. 하지만 올 6월 132로 뚝 떨어졌다. 특히 정보 처리·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의 생산지수는 197에서 139까지 내려앉았다. 매출이 주니 그만큼 채용시장도 위축됐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업서비스업은 고용 탄력성이 2004년 11.252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고용 탄력성이란 경제 성장률이 1% 높아질 때 고용이 증가하는 정도를 뜻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경제 성장 대비 고용 증가가 잘되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서비스업의 고용 탄력성은 2004년의 10분의 1인 1.123까지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박사는 “2000년대 들어 ‘고용 없는 성장’ 기조 아래서 제조업 분야 고용이 잘 늘어나지 않는 데 비해 IT서비스 중심의 사업서비스업은 꾸준히 고용을 늘려 왔다. 그런데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 고용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인터넷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7개 IT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물었더니 8개 사는 당초 계획보다 5∼30명 정도 덜 뽑겠다고 답했다. 김화수 잡코리아 대표는 “새로 뽑더라도 결원을 보충하는 수준이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경력직 위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의 김민석 박사는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인 항목이 외식비와 통신비”라며 “이와 관련된 업종의 채용이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병주·임미진 기자

◇서비스업 생산지수=서비스산업의 생산·영업 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고 서비스업체의 영업수익(매출액 개념)을 집계한 것. 서비스업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통계청에서 매달 조사, 발표한다. 2000년 8월 처음 공표됐다. 5년마다 지수 기준을 개편한다. 2005년을 100으로 본다.


어떻게 해결하나

 프랜차이즈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외식업에 편중돼 있는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 개발을 유도하고 ▶청년 창업가를 육성해야 하며 ▶유망한 프랜차이즈를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숭실대 박윤재(벤처중소기업학부) 교수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고령자들보다 창의성 있는 젊은 세대를 창업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업체·학교, 3자가 창업가 정신을 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론과 실습을 포괄하는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지원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외식업이나 미용업에 너무 많은 자영업자가 뛰어들고 있다”며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IT·컨설팅 같은 사업 지원 서비스업 분야로 이들을 분산시키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분간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크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업종에도 차별 없이 계속 자금을 지원한다면 ‘많이 창업하고 많이 망하는’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도 “운영과 상품성이 검증된 우량 프랜차이즈 업체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의 창업 성공률이 30%대에도 못 미치는 이유가 검증되지 않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난립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업서비스업·통신업은 고용 효과뿐 아니라 제조업 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 고용이 효율성 측면에서 선진국형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업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종업원 한 명이 1년 동안 창출한 부가가치)은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3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고용 창출의 돌파구를 사업서비스업의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T서비스업의 발전이 IT제조업보다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반적으로 IT 활용도가 낮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업계가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도 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주량 박사는 “IT서비스 분야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은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J-Hot]

후주석 테이블에 한류스타 이영애씨도 함께

"후주석이 좋아하는 정치인" MB, 朴 초대

中 "군사 빼곤 미국과 맞먹어" 팍스 시니카 시동

장경동 목사 "스님들 쓸데없는짓 말고 예수 믿어라"

'새총맨', 경찰 쏜 탄환 속도 알고보니 '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