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해군 영해침범.미그기 귀순 두사건 향후 남북관계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이 4자회담에 대한 반응을 계속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발생한 북한해군의 영해침범과 미그기 귀순 사건은 한반도 긴장완화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 두가지 상반된 상황이 불과 수시간 간격으로 발생함으로써 북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연평도 북방 영해침범 사건에 대해 군당국은▶4자회담및 북.미 협상시 유리한 입지조성▶북한주민들에 대한 통제강화▶한국내 불안감 조성등 고도의,다각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판문점 비무장지대 무장난입 사건이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도발사태와 같은 맥락의 「외곽 때리기」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한편 불과 몇시간 후 뜻하지 않던 북한기 귀순사건이 터지자 북한의 도발행위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까해 더욱 긴장하는 모습들이다. 북한이 올해들어 여러차례에 걸친 도발행위를 저질러 오던중 발생한 미그19기 귀순사건은 그동안 자신만만하던 북한의 허를 찌른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달가운 면이 없지 않으나 이를 기화로 북한이 더욱 「흥분」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 다.
그러나 향후 북한의 태도와 관련,군당국을 포함한 안보당국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는 형편이다.
북한의 도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그반대의 분석이 그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조종사 귀순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일단남북 접경지역을 무대로 한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관측한다.13년만에 일어난 조종사 귀순사건을 계기로 북한군내에 대대적인 기강점검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김일성( 金日成)사망후 북한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축인 군사부문이 흔들린다면 북한으로선 감당하기 어렵다.
반대로 북한은 오히려 새로운 도발을 자행,군사적 긴장을 높일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그간 한반도에는 긴장국면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를 촉구하는 이른바 강.온 양면전략은 그나름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긴장고삐를 되레 높여갈 것이라는 풀이다.또 조종사 귀순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군부의 혼란을 예방하려는 목적아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미국 끌어안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가 제 도끼에 발등 찍히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남북관계는 우리측이 아니라 북한측 사정에 의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가운데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던 4자회담도 당분간은 미뤄질 수밖에 없을것으로 보인다.
김준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