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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호암갤러리 '한국 추상미술 정신'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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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추상미술은 정말 어려운가」.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추상미술의 정신」전(6월30일까지)을 공부하듯이 보면 일반인들도 추상미술의 재미에 입문할 수 있다.이 전시는 한국추상미술의 정수를 준(準)추상,모노크롬,선묘추상이라는 세 범주로 나누어 감상을 돕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유영국의 그림.추상미술을 겁내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준추상 계열의 작품을 배치해 놓은 것이다.
누가 보아도 유영국의 작품에 등장하는 세모꼴 형상은 산을 의미한다.이 산은 실제의 산이 아닌 자연의 본질을 의미하는 관념적인 산이다.계속 전시장안으로 들어가면 역시 준추상으로 분류되는 하인두.남관.이응로.유경채.김환기의 작품이 차 례로 기다리고 있다.서로 다른 겉모습이지만 자연 대상을 점.선.면으로 환원시킨 공통점이 있다.다음으로는 한국적 모노크롬 계열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곽인식은 화면안에 작은 타원형을 무수히 반복해 놓았다.김환기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반복된 점이 자연의 환원을 의미한다면곽인식의 타원은 생명의 근원인 알(卵)을 상징한다.아직 완전한종이가 되지 않은 닥나무를 캔버스 위에 붙인 정창섭의 작품이나멀리서 보면 단색 캔버스인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마치 모자이크해 놓은 듯 작은 네모꼴이 반복돼 있는 정상화의 작업에서 알수 있듯 모노크롬 작품들은 형태를 배제하고 작가의 행위흔적을 남긴다.종이에 상처를 내는 행 위를 화면에 그대로 보여주는 권영우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윤형근은 마(麻)위에 작업한 청다(靑茶)연작을 보여주고 있다.청색과 고동색 비슷한 색을 겹쳐 발라 검은 태초의 세계,곧 근원으로의 회귀를 보여주고 있다.
선묘추상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박서보의 작품.
기계적인 선의 반복으로 작가의 수련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붓에물감을 한번 찍어 이것이 다할 때까지 선이나 점을 긋는 이우환은 존재에서 무(無)로의 이행과정을 표현한다.전통적 정서를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하는 오수환과 동양화가로 추상 작업을 하는 서세옥.이종상도 이 계열에 속한다.추상화는 결국 세계를 보고 느끼는 작가의 의식을 조형화한 세계인 것이다.(02)751-9995.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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