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내각제발언 왜 자꾸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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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13일 내각제를 또 거론했다.총선이후 두번째다.
金총재는 이날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대부고에서 일일교사로 강의하던중 『조선조 초기 정도전(鄭道傳)같은 사람은 왕의 전제정치를 견제하기 위해 오늘날의 내각책임제와 비슷한 「삼봉(三峰)정치」라는 정치철학을 집대성했다』고 말했다.나아가 『여러분은 이러한 조상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金총재는 이에 앞서 4일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의회동 발표문에서도 내각제를 거론했다.『총선결과는 내각제로 치면정권이 바뀔 일』이라는 내용이다.
DJ가 내각제로 선회하려는 것일까.
金총재 참모들도 기류가 바뀌고 있어 더욱 의구심이 들게한다.
정동채(鄭東采)비서실장은 13일낮 金총재 발언이 전해지자 『우리나라 권력체제는 그때그때의 정치상황과 논리에 따라 결정돼왔다』며 『(대통령제와 내각제중)어느 하나를 지고지선 (至高至善)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金총재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최종적으로 내각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사실.그는 7일 열렸던 특보단의 비공식 회의에서 『내가 볼 때는 金대통령이 내각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지금까지만도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기 때문에 퇴임후를 대비한다면 그나마 내각제가 나을 것』이라고 피력한것으로 전해졌다.4.11총선에서 너무나 극명하게 한계를 인식한金총재로선 내각제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거꾸로 상대의 분열을 겨냥하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고단수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즉 신한국당내의 내각제 지지론자들이나 자민련내의 박철언(朴哲彦).김복동(金復東)부총재등 야권대연합론자들에게 탄력을 보태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 이다.
특히 자민련내 TK세력들은 DJ의 발언을 활용해 JP를 국민회의-자민련 연대쪽으로 견인(牽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JP에게 선택의 자유를 압박하는 요인이다.그런 한편으로 국민회의 내부에 만연된 「차기 집권 비관론」을 은근히 잠재우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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