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D수첩’방영 후 점화 … 초기 촛불은 순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위 목표가 ‘정권 퇴진’ 등 정치적 성향을 짙게 드러내고 시위 양상이 과격·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광우병 공포’를 확산시켜 시위의 촉매제가 됐던 MBC ‘PD수첩’ 보도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987년 이후 최대 시위, 쇠고기 추가협상 견인=서울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5월 2일이다.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4월 29일)’ 편이 방영된 지 사흘 뒤다. 한 고교생 네티즌의 제안으로 열린 집회엔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엔 교복 차림의 중고생이 시위 참가자의 절반을 넘었다.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공포’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의 ‘졸속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겹치면서 직장인·대학생·주부는 물론 가족 단위 참가자가 집회장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에 진보연대·참여연대 등 각 단체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결성해 세를 불렸다. 정부가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5월 24일 촛불시위대는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와 함께 가두시위에 나섰다. ‘실정법 위반(야간 미신고 집회)’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5월 31일 시위대 4만여 명이 경찰 버스를 끌어내고 전·의경과 몸싸움을 벌인 데 이어 6월 7일엔 쇠파이프까지 등장했다. 6월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에는 14만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이 집회는 6월 민주항쟁 21주기에 맞춰 열렸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6월 19일)에서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정부는 미국과 추가협상을 벌여 30개월 미만 쇠고기만을 수입하기로 했다.

◇과격·폭력화, 대정부 투쟁 변질이 쇠퇴 이유=6·10 이후 촛불시위는 ‘대정부 투쟁’으로 치달았다. 주최 측인 대책회의는 6·10 이후 ▶의료·공기업 민영화 저지 ▶물 사유화 ▶교육 개혁 ▶대운하 건설 저지 ▶공영방송 사수 등을 ‘투쟁 의제’로 삼았다.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등 재야·사회단체의 참여도 본격화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공방으로 도심 도로는 연일 ‘전쟁터’가 됐다. 지금까지 경찰관과 전·의경 489명이 부상했다. 6월 26일 남대문경찰서 오모(47) 경위가 시위대에 둘러싸여 한 시간가량 폭행당하기도 했다. 거리에선 즉석 ‘인민재판 식 몰아세우기’도 횡행했다. 광고주 압박 및 불매운동, 기물 파손 등 특정 언론사와 소속 기자에 대한 온·오프라인상의 공격도 계속됐다.

이 같은 불법·폭력시위의 장기화는 참가자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종교계와 통합민주당·민주노총이 대거 결합했던 7월 5일(5만 명 참가) 이후엔 이렇다 할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주최 측과 시위대엔 ‘악재’들도 이어졌다. ▶의경 두 명을 붙잡아 상의를 벗긴 채 폭행한 ‘웃통 린치’(7월 27일) ▶경찰을 향한 염산 투척(8월 9일) ▶대책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인들의 실명을 공개해 전화 공격을 유도한 ‘전화 테러’ 사건(8월 초) 등이다.

대책회의는 한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논란 등을 계기로 반전을 기대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경찰의 원천 봉쇄 및 현장 검거 방침, 대책회의 지도부에 대한 수배와 이들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등도 시위대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책회의는 광복절 집회 이후 ‘생활 속의 촛불’로 시위 성격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대규모 집회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 등을 펼쳐 촛불시위의 불씨를 살려 가겠다는 것이다.

천인성·정선언 기자

▶주인 시신 찾은 진돗개, 그 자리서 꼼짝 안해

▶스탠퍼드로 교환교수로 미국 갔다 창업 547억 '대박'

▶여자는 운전·투표도 못하는 사우디에 '철녀' 떴다

▶노 전 대통령 "보수의 거짓말 알아야" 즉석 강연

▶한국인 1만4000명 살린 美선원 "'빨리빨리' 외치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