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매몰된 곳에 가자 꼼짝 안해 … 실종 보름 만에 시신 찾은 진돗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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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돌쇠’가 내성천에서 주인 시신이 묻힌 곳을 찾아내자 119 소방대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영주소방서 제공]

진돗개가 급류에 실종된 주인의 시신을 사고 보름 만에 강물 모래 속에서 찾아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내성천에서 박병규(41·부산시 녹산동)씨가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목수인 박씨는 근처 전통마을 보수작업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왔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내성천은 5일 전부터 내린 폭우로 큰 물을 이뤘다.

15일 영주소방서에 따르면 박씨가 실종된 뒤 경찰과 소방대원 등 수백 명은 일주일에 걸쳐 내성천 일대를 대대적으로 수색하다 이후 순찰로 전환했다. 다이버들도 수차례 강 속을 뒤졌지만 불어난 물 때문에 허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위는 내려갔고 급류가 휩쓸고 간 자리엔 모래만 보였다. 가족들도 지쳐 갔다. 그 무렵 내성천 주변을 뒤지던 병규씨의 동생 준규(38·경남 진해시 용원동)씨가 형이 애지중지 기르던 진돗개 ‘돌쇠’(7세 추정)를 데려오자고 제안했다.

동생의 제안에 따라 큰형 성규(43·부산시)씨는 실종 보름 만인 12일 부산에서 사고 현장으로 돌쇠를 데려 왔다. 성규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돌쇠의 목줄을 15m가량 길게 늘어뜨려 사고 지점에서 하류로 천천히 강변을 훑어 내려갔다.

사고 지점에서 150m쯤 내려왔을 때였다. 돌쇠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가에 갑자기 멈춰 서서 킁킁거리며 꿈쩍하지 않았다. 큰형이 가자고 줄을 당겼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순간 뭔가를 직감한 큰형은 곧바로 그 자리에 대나무를 꽂았다. 그리고 모래를 파헤치자 동생이 입었던 국방색 옷이 보였다. 곧이어 119가 달려와 시신을 인양했다.

성규씨는 “동생이 돌쇠와 사냥을 하는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며 “동생을 대신해 영특한 돌쇠를 계속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양 작업에 나섰던 영주소방서 박원종(36·소방교) 119구조대원은 “진돗개가 주인이 묻혀 있는 곳을 단번에 찾아내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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