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본토 야구에 본때 보이다 … 한국, 미국 잡고 첫 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 야구대표팀이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야구 종주국 미국을 꺾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에 따른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의 승리를 재현했다.

한국은 13일 우커쑹 제2구장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야구 본선리그 1차전에서 9회 말 1사 3루에서 나온 이종욱(두산)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미국에 8-7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동안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시드니 올림픽 예선·준결승전에서 미국에 3전 전패했다. 특히 시드니에서는 2경기 모두 명백한 아웃을 세이프로 선언한 심판 판정으로 인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미국은 이 대회에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경기였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야구에서 가장 재미 있는 스코어라고 말한 8-7, 이른바 ‘케네디 스코어’로 야구의 본고장 미국을 제압했다.

한국은 6-4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한기주(KIA)가 선두 마이크 헤스먼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잇따라 안타와 2루타를 내준 바람에 6-5,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구원 등판한 윤석민(KIA)은 두 타자를 범타로 잡아 경기를 끝내는 듯했으나 2사 만루에서 맷 브라운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아 6-7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김경문(두산) 대표팀 감독은 9회 말 뚝심의 3연속 대타 작전으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선두 7번 대타 정근우(SK)가 좌익선상 2루타로 동점 찬스를 잡았다. 대타 김현수(두산)의 2루 땅볼로 1사 3루. 다음 타자 고영민(두산)이 초구 스퀴즈 번트에 실패하자 김 감독은 대타 이택근(우리)으로 교체했다. 이택근이 풀카운트서 2루 땅볼을 때린 사이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을 파고 들어 극적인 7-7 동점을 만들었다. 2루수 제이슨 닉스의 송구가 포수 오른쪽으로 흐른 탓에 가까스로 세이프됐다.

여기서 승리의 여신은 한국에 미소를 보냈다. 1사 1루에서 미국 투수 제프 스티븐스의 견제구가 빠지는 사이 이택근이 3루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1번 이종욱이 금쪽같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승리를 안았다.

한국은 상대에 뒤지지 않는 힘과 빠른 발을 앞세워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미국과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을 벌였다. 1회 초 선발 봉중근(LG)이 먼저 한 점을 허용했으나 2회 말 6번 이대호가 자신의 올림픽 무대 첫 타석에서 미국 선발 브랜던 나이트의 2구 직구를 잡아당겨 115m짜리 역전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국은 14일 낮 12시30분 중국과 2차전을 갖는다.

한편 우승 후보 쿠바는 역시 금메달을 노리는 일본을 4-2로 누르고 첫 승을 챙겼다. 대만은 네덜란드를 5-0으로 꺾었고, 캐나다는 중국에 10-0, 8회 콜드 게임승을 거두었다.

▶김경문(한국 감독)=나도 놀랐을 정도로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무척 힘든 게임이었지만 많은 팬의 응원이 여기까지 전달돼 이긴 것 같다.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어젯밤 아주 좋은 꿈을 꿨다.

오늘 이긴 걸 보니 올림픽에서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9회 등판한 한기주가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팀 마무리이기에 계속 믿고 마운드에 뒀다.

베이징=이석희 기자

[J-HOT]

▶ 병법36계 중 '미인계'로 세계 시선 '확~'

▶ 中 1위? 美 1위?…메달순위 헷갈려

▶ '충격' 美야구팀 감독, 인터뷰도 안하고…

▶ 프랑스 국민 "인어공주가 이럴 수가" 허탈

▶ 야유 보내던 中 관중도 이배영에 "힘내라"

▶ '호주 귀화' 양궁선수 "올림픽 출전 소원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